"기시다, 회담 처음부터 오염수 언급…시진핑, 투자 노려 일본에 접근"
日언론 "중일 정상, 경제 위해 안정 택해…현안 간극은 못 좁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년 만에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경제 교류를 고려해 관계 안정을 택했지만, 주요 현안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고 일본 언론이 18일 진단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시 주석과 기시다 총리는 16일(현지시간) 현지에서 만나 약 1시간 동안 양국 간에 산적한 각종 과제를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 회담에서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이번에는 정상들이 웃음기를 보이지 않는 긴박함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본 언론은 시 주석과 기시다 총리가 이번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 가운데 양국이 '전략적 호혜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양국이 2008년 발표한 공동성명에 포함된 '전략적 호혜관계'는 정치와 경제를 두 축으로 삼아 공동의 이익을 확대하면서 협력한다는 것이 골자다.

'전략적 호혜관계' 재확인은 중국 측 제안을 일본이 수용하는 형태로 이뤄졌으며, 양국이 이를 통해 대화를 지속하며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자세를 나타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양국은 향후 고위급 경제 대화를 적절한 시기에 개최하고, 수출 관리를 논의할 대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과 일본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거듭하면서 냉각됐던 관계를 '전략적 호혜관계' 도출로 개선한 '성공 체험'이 있다고 소개한 뒤 난제 협의를 사실상 보류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애초에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현안이 많고,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신문도 "기시다 총리는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철회 등을 요구했지만, 개별 현안에서 격차는 메워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담 첫머리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문제를 언급했다.

일본은 지난 8월 24일 오염수를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에 방류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이에 반발해 같은 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오염수 방류 이후 처음 대면한 시 주석에게 "과학에 근거해 전문가에게 검토를 맡겨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권위와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긍정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국은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가 참여하는 논의를 실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아사히신문은 양국이 과학적 대화를 하는 틀을 만들기로 한 것을 '최저한의 타협'이라고 평가하고, 오염수 방류를 강하게 반대해 온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치를 없애려면 자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필요하다고 관측했다.

한편, 양국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시 주석이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에 나선 배경에는 부진한 중국 경제가 있다고 일본 언론은 짚었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중국은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유례없는 기회를 준다"며 경제 협력 심화를 호소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시 주석은 일본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려는 듯 정상회담 이후 기시다 총리뿐만 아니라 일본 측 동석자들과도 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는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10월 하순에 미국을 방문한 직후부터 일본 측과 접촉해 회담 개최에 추파를 보냈다고 한다"며 "시 주석이 매우 바쁜 국제회의에서 일본을 회담 상대로 고른 것은 중국에 대한 투자를 끌어들여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과 경제 교류를 회복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