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전문적 지식 요구한 지문 없지만, '까다로운 선택지'로 난이도↑
수학선 과도한 문제 풀이 대신 '정확한 개념 이해' 요구
'이과 문과침공' 다소 줄겠지만, '이과 강세'는 이어질 듯
고3 재학생 체감 난이도, 9월 모평보다 상당히 높았을 듯
[수능] '킬러문항' 없었지만, '매력적 오답'으로 변별력 높여(종합)
16일 시행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국어 영역, 수학, 영어 영역 모두 '킬러문항' 없이도 변별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어와 영어에서는 추상적·전문적인 소재 대신 익숙한 소재를 다룬 지문이 나왔으나, 선택지에 '매력적인 오답'을 포함시켜 변별력을 높였다.

수학에서는 복잡한 풀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항을 곳곳에 배치했다.

지난해 수능에선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145점)이 국어(134점)보다 10점 이상 높아 수학을 잘하는 수험생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국어 난도의 상승으로 이 같은 '이과 문과침공'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적분'과 '기하'가 고득점에 여전히 유리한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과생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N수생' 비중이 확대된 점이 출제에도 반영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3 재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상당히 높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능] '킬러문항' 없었지만, '매력적 오답'으로 변별력 높여(종합)
◇ 작년보다 어려워진 국어·영어…'까다로운 선택지'로 변별력 확보
국어 영역은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처음 적용됐지만, 작년 수능보다 까다롭다는 평을 받은 9월 모의평가보다도 더 어려웠다는 것이 공통적인 평가다.

지난해 수능은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34점으로 무난하다는 평을 받았고, 9월 모의평가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42점으로 만만치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한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험생들을 괴롭힌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와 같은 낯선 개념, 전문적 지식을 다룬 지문은 사라져 킬러문항은 배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러나 선택지를 정교하고 세심하게 구성해 지문을 정확히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항들이 변별력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수험생이 정답으로 오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오답'을 많이 배치해 전반적인 변별력을 높였다는 얘기다.

'데이터에서 결측치와 이상치의 처리 방법'을 다룬 과학 지문을 읽고 푸는 10번과'노자'에 대한 유학자 왕안석과 오징의 해석을 비교해 파악하는 15번, 보기에 제시된 방식으로 현대시인 정끝별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와 고전 수필인 유한준의 '잊음을 논함'을 감상하는 방법을 묻는 27번이 상위권을 가르는 문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어 역시 추상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지문이나 공교육에서 다루는 수준보다 어려운 문장으로 구성된 문항이 빠졌다.

대신 관광, 중고 거래, 다중 리터러시(문해력) 등 일상적이고 친숙한 소재의 지문을 활용하면서 지문을 충실하게 읽어야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문항으로 변별력을 확보했다.

특히 빈칸 추론 문제인 33번 같은 경우 지문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를 오답에 배치해 제대로 독해하지 않으면 틀리기 쉬웠다는 평이다.

[수능] '킬러문항' 없었지만, '매력적 오답'으로 변별력 높여(종합)
◇ 수학, 단답형 문항 난도 상승…'최상위권 변별력' 갖춘 듯
수학 영역은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기조를 유지했으나 최상위권 변별력은 더욱 확보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최상위권에는 작년 수능보다는 쉽되, 9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작년 수능이 145점, 올해 9월 모의평가가 144점으로 유사했으나, 표준점수 최고점 인원은 같은 기간 934명에서 2천520명으로 늘어났다.

킬러문항 배제 방침 후 치러진 첫 시험인 9월 모의평가에서 최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지자, 수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다.

일단 이 같은 우려는 기우인 것으로 보인다.

입시업계는 킬러문항 없이도 기본개념 이해와 적용,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출제돼 변별력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단답형인 22번, 30번이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워지면서 최상위권을 가를 수 있는 문제로 지목됐다.

공통과목 마지막 문항인 주관식 22번은 도함수를 활용해 함수의 극대, 극소를 고려해 조건을 만족시키는 삼차함수를 찾는 문항이었다.

과거에는 이러한 문제의 경우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하도록 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한 가지 조건만 만족하도록 제시해 계산량이 줄었다는 평이다.

다만 수험생 사이에서는 함수에 대한 추론부터 계산까지 각 단계가 모두 까다로워 만만치 않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수능] '킬러문항' 없었지만, '매력적 오답'으로 변별력 높여(종합)
◇ '수학에 기울어진 수능' 아니지만, '이과 강세'는 계속 전망
지난해 수능에서 문제가 된 국어·수학 간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어 영역도 일정한 변별력을 확보하면서, 수학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쳤던 작년과 비교해 국어·수학 영역 모두 입시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입시업계에서는 올해에도 '이과생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선택형 수능에서는 선택과목 집단의 공통과목 평균점수가 표준점수에 영향을 준다.

이과생들이 몰리는 수학 '미적분'과 '기하'가 어렵게 나오더라도, 이들의 공통과목 평균점수가 높게 나오면 표준점수 또한 높아진다.

이에 상대적으로 쉬워 문과생들이 많이 보는 '확률과 통계'보다 고득점을 받기에 유리한 구조로 여겨진다.

올해 수능에서는 특히 '미적분'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고3 재학생의 수능 체감 난이도는 9월 모의평가보다 상당히 어려웠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졸업생 등 N수생이 대거 합류한 점이 출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서다.

이번 수능에서 졸업생 등 N수생과 검정고시생 등을 합친 수험생 비중이 35.3%로, 1996학년도(37.4%) 이후 28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9월 모의평가 당시(21.9%)보다도 13.4%포인트 올랐다.

9월 모의평가보다 수능에 N수생이 더 많이 지원하면서 이들을 고려해 출제 당국이 난도를 높이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준비 기간이 긴 N수생들은 고3 재학생들보다 학력 수준이 높은 것으로 통하는데, 9월 모의평가와 같은 수준의 난이도를 낼 경우 '물수능'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재수생이 많아진 것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득점 수험생, 재수생에게는 매력적인 시험이 됐겠지만, 그렇지 않은 고3 수험생들은 상당히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