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5년 깨고 집행유예 선고해 논란…당시 특검도 반발
한명숙 前총리 사건 항소심 땐 1심 무죄 깨고 유죄 판결
'이재용 집행유예'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깜짝 지명한 정형식(62·사법연수원 17기) 대전고등법원장은 과거 정·재계 인사들의 재판을 여럿 맡아 이목을 끌었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법정을 드나들었던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가장 유명하다.

2018년 2월 서울고법 형사13부 재판장이었던 정 후보자는 1심이 선고한 징역 5년을 깨고 이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이 회장은 이 판결로 353일 만에 석방됐다.

뇌물의 액수를 줄이고 재산국외도피죄를 무죄로 뒤집은 점이 주효했다.

정 후보자는 정유라 씨의 승마지원 용역 대금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1심이 뇌물로 판단한 말 구입비 34억원, 말 보험료 2억4천만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은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판결이 선고되자 '봐주기 판결'을 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정 후보자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 달간 24만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참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듬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말 구입비·영재센터 지원금 합계 50억원은 뇌물이 맞는다며 정 후보자의 판결을 파기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2021년 1월 이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정 후보자는 서울고법 형사6부 재판장이던 2013년 9월에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천300여만원을 선고했다.

이 역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뒤집은 판결이어서 주목받았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1심 재판장은 김형두 현 헌법재판관이었다.

2014년 솔로몬저축은행에서 총 4천만원을 수수하는 등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전 의원의 항소심 재판에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검찰의 상고 포기로 확정됐다.

이밖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혜영 전 민주통합당 의원, 국가정보원에서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항소심 재판을 맡았다.

정 후보자는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연수원 수료 이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장 등을 거쳐 올해 2월 대전고등법원장에 보임됐다.

평소 온화하고 점잖은 성격으로 재판 진행 실력이 탁월하며 법리 판단이 세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2015년 법관평가'에서 우수 법관으로 꼽히기도 했다.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을 처형으로 두고 있다.

박 전 의원의 배우자인 민일영 전 대법관과는 동서지간이다.

2018년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이 불거졌을 때 공개된 문건에는 2015년 상고법원을 추진하려던 법원행정처가 김진태 의원을 움직이기 위해 친인척 관계인 민 전 대법관과 정 후보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대목이 등장하기도 한다.

다만 실제로 이를 추진했다는 정황은 추가로 드러난 바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