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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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역풍이 불어닥친 해상풍력 기업들에 대한 공매도 베팅으로 짭짤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초기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한 업종 특성상 고금리 시기에 이자 비용 급등 등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데 베팅한 게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마샬 웨이스와 퀀트 헤지펀드 운용사 큐베 리서치앤테크놀로지스 등이 올해 지멘스에너지, 오스테드 등과 같은 해상풍력 기업들의 주가 급락을 예상한 공매도 베팅으로 수백만 파운드의 수익을 거뒀다"고 전했다. 이어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성공은 미국과 유럽 정부가 해상풍력 등 클린테크 기업들에 막대한 세금 공제와 보조금 지급 등으로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음에도 이들 기업의 주식에 대한 투자 열풍이 식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S&P 데이터에 따르면 오스테드 주식에 대한 공매도 비율은 올해 3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지난 3일 기준 사상 최고치인 1.64%에 달했다. 오스테드 주가는 올해 들어서 50% 넘게 떨어졌다. 지멘스에너지 주식의 공매도 비중도 연초 8%에서 현재 14%까지 늘어났다. 지멘스에너지 주가는 올들어 40% 가량 폭락했다. 100대 신재생에너지 기업들 주식으로 구성된 S&P 글로벌 청정 에너지 지수는 2021년 초 정점을 찍은 뒤 올해 35% 이상 하락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올해 전 세계적으로 주가 하락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특히 해상풍력 업계의 타격이 심각하다.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사업 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반면 풍력 발전 개발사들이 사업 초기에 맺은 전력 판매 계약은 장기로 고정해둔 탓에 이들의 사업 수익성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이에 개발사들은 최근 들어 연달아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고 있다. 한 투자자는 "고금리는 신재생에너지 주가 지수 성과 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이자율 급등 소식이 (지수 성과에) 75% 가량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반론도 있다. 해상풍력 기업들의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출신의 르노 살뢰르 아나콘다 인베스트 대표는 "11월 초에 지멘스에너지와 오스테드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청산했고, 현재 오스테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제 해상풍력 업계를 강타한 나쁜 뉴스는 모두 다 알려졌고, 더 이상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