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2배 뛴 올리브유 가격에…전기톱 들고 나무 베간다 [원자재 포커스]
스페인·이탈리아 가뭄·폭염에 생산량 급감
나무 도난 피하려고 '조기수확'하는 농부도


남부 유럽에 2년 넘게 가뭄이 들면서 올리브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톱을 들고 올리브 나무를 베가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10일 미국 중앙은행 경제연구소(FRED)에 따르면 지난달 올리브유는 미터톤당 914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달의 4777달러 대비 91.4% 오른 가격이다.
1년새 2배 뛴 올리브유 가격에…전기톱 들고 나무 베간다 [원자재 포커스]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한 것은 전세계 생산량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에 폭염과 산불, 가뭄이 발생해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비가 560㎜ 내렸다. 연 평균 강우량의 88% 수준이다. 또 1961년 이래 12번째로 적은 강우량이다.

강우량은 지역별로도 불균형해 갈리시아, 칸타브리아 해안, 피레네 및 이베리아 산맥 주변에는 평소보다 비가 많이 왔지만 올리브 주산지인 안달루시아, 카탈루냐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강우량이 적었다.
1년새 2배 뛴 올리브유 가격에…전기톱 들고 나무 베간다 [원자재 포커스]
올 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도 작황에 안좋은 영향을 미쳤다. 이번 여름 스페인과 이탈리아 기온은 45~50℃에 육박했다. 이 경우 올리브 나무들은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 설익은 과일을 떨어트리게 된다.

그리스에서는 올 여름 따뜻하고 습한 기후로 인해 '올리브 초파리'가 기승을 부리면서 생산량이 저하됐다. 튀르키예는 지난 2월 대지진을 겪으며 올리브 나무와 제분소가 손상되기도 했다.

올리브오일타임즈는 세계 7대 올리브 생산국인 스페인, 이탈리아, 튀니지, 그리스, 터키, 모로코와 포르투갈의 2023/24 재배연도 올리브 생산량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보다 9%, 연평균보다 23% 낮은 197만t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23일 프랑스 코르시카섬 솔라카로 인근 올리브 과수원에서 농부 두 명이 올리브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AFP
지난달 23일 프랑스 코르시카섬 솔라카로 인근 올리브 과수원에서 농부 두 명이 올리브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AFP
올리브유가 귀한 몸이 되면서 관련 범죄도 속출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전기톱을 들고 올리브 나무를 베가는 사건이 늘고 있다. 아테네의 올리브 과수원 농장주인 콘스탄티노스 마르쿠는 150년 된 올리브 나무를 15그루를 도난당했다. 도둑들은 나무 전체를 전기톱으로 잘라 목재는 장작 상인에, 올리브는 올리브유 공장에 판매한다. 일부 농장주들은 올리브나무 도난을 피하기 위해 예정보다 일찍 수확을 하기도 한다.

스페인 치안당국은 지난달 최근 몇주 간 훔친 올리브 91t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그리스 남부에서 몇 주에 걸쳐 창고에 침입해 올리브유 8t을 훔친 혐의로 6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고급 올리브유에 저품질 기름을 희석하거나 배송 데이터를 위조하는 범죄들도 발생하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