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토종 기업에 점유율을 빼앗기면서 사업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다. 대신 동남아시아 투자 확대를 검토하면서 이 지역에 진출하려는 한국 자동차 업체 등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미쓰비시자동차의 중국 시장 철수를 계기로 중국 시장 전략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미쓰비시는 2019년 한때 연 15만8406대를 중국 시장에서 판매했지만 다음해부터 판매량이 뚝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3만5299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결국 지난 9월 중국 내 자동차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中서 코너 몰린 일본차…동남아로 핸들 돌린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도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도요타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전년 대비 3.6% 감소한 155만7000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혼다 판매량은 16.8%, 닛산은 33%, 마쓰다는 39.1% 감소했다.

일본 기업들이 중국 토종 기업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것은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는 중국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다. 지난 9월 중국 순수전기차 및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77만6000대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반면 전기차 판매량 상위 모델 20개 중 일본 차량은 하나도 없었다. 마쓰오카 겐타로 미쓰비시자동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기차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브랜드와 세그먼트 선택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시장 투자를 축소하는 추세다. 도요타는 올해 중국 공장 계약직 근로자 1000명을 해고했고, 혼다와 닛산은 중국 공장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대신 동남아 등 일본 기업의 아성이 공고한 시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중국에서 철수하며 동남아 판매량을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