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형 재난 합동훈련 '레디코리아'…함정 11척·인력 400여명 동원
"사고 접수부터 초기대응·상황전파·사상자 구조·병원 이송까지 긴밀 협력"
어선과 급유선 충돌하는 대형사고에…17개 기관 유기적으로 협력
"위이이잉, 위이이잉."
6일 울산신항 용연부두 앞바다에서 전복된 소형 어선 '영덕호'와 대형 급유선 '울산호'를 향해 해양경찰의 고속단정이 사이렌을 울리며 접근했다.

전복된 영덕호 위에서는 2명의 선원이 추위에 떨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울산호는 화재가 난 듯 자욱한 연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해양수산부, 울산광역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울산항만공사 등 17개 기관은 해양 선박사고를 가정한 실전형 재난 합동훈련 '레디코리아(READY KOREA)' 2차 훈련을 했다.

짙은 안개가 낀 새벽에 어선과 급유선이 충돌해 18명의 조난자가 발생하고 급유선에 탑재된 기름이 바다로 유출되면서 선상에 화재가 발생하는 복합재난 상황을 설정했다.

2017년 12월 인천 영흥도 인근에서 발생한 급유선과 어선 충돌 사고로 15명이 사망한 실제 사건에 기반했다.

오후 2시께 상황이 시작되자 울산호에 탑승 중이던 선장은 선박 충돌 및 화재 발생 사실을 119로 신고했다.

해경은 경비함정 및 헬기를 현장에 급파하고 행안부 등 관계기관에 상황을 전달했다.

행안부는 상황판단회의 개최 후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이 확인되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하고 해수부(중앙사고수습본부)와 함께 선원 구조·구급, 화재진압, 해양오염 방제 등 총력 대응에 돌입했다.

약 15분 후 현장에 도착한 해경의 1천t급 대형 경비함정 '1009함'은 고속단정 2척을 각각 울산호와 영덕호로 보내 상황을 살폈다.

뒤이어 50t급 소형 경비함정 'P-02정'이 현장에 도착했고, 울산호 선원들은 고속단정에 탑승해 P-02정에 옮겨탄 후 부두로 향했다.

그사이 해상에는 100t급 경비함정 '130정'이, 상공에는 김해공항에서 출발한 해경의 헬기 'S-92호'가 등장했다.

표류자들이 신호 홍염(붉은 불꽃)을 밝힌 해상 위에 거센 바람을 뚫고 도착한 헬기는 줄로 구조요원을 내려 표류자들을 구출했다.

어선과 급유선 충돌하는 대형사고에…17개 기관 유기적으로 협력
해경구조대는 뒤집어진 영덕호 선체 위의 표류자 2명을 구해 은박비상담요로 보온 조치를 하며 부두로 옮겼다.

이후 전복된 선체 밑부분을 두드리며 내부로 타격 신호를 보내 생존자를 확인했다.

이날은 가상훈련인 관계로 선체 내부에는 사람이 없었으나, 구조 과정은 실전과 동일하게 진행됐다.

전복된 선체의 침몰을 방지하기 위해 양옆에 리프트백(lift bag)을 설치한 구조요원들은 원형금속절단기로 '선체절단 구조기술'을 시연했다.

이 기술은 어망 등 장애물 때문에 잠수사의 수중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복돼 드러난 선체를 직접 뚫고 들어가는 것이다.

선체에 구멍이 나 부력을 유지하던 공기가 빠져나가면 침몰이 가속하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날 훈련에는 실제 해양 선박사고 대응과 동일하게 해양구조협회 소속 민간 잠수사도 구조에 투입됐다.

주변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민간 어선도 동원할 예정이었으나, 바람이 거세 취소됐다.

구조된 선원들은 현장에 마련된 응급본부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각자 증상 및 부상 정도에 따라 분류된 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어선과 급유선 충돌하는 대형사고에…17개 기관 유기적으로 협력
조난자들을 모두 구한 후에는 울산호의 화재를 진화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울산호를 둘러싼 '소방1호'와 '화학방제1함' 등은 거대한 물줄기를 울산호를 향해 발사했고, 진화 후에는 울산호에서 기름이 더 흘러나오지 않도록 파공 부위를 자석 패드로 봉쇄했다.

울산해양환경공단 소속 에코미르호는 해양 오염 방제를 위해 울산호 주변으로 오일펜스를 둘러 유출된 기름을 회수했다.

현장에는 실시간으로 오염군을 탐색하고, 재난 상황을 영상으로 전달하기 위해 드론 또한 여러 대 동원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400여명의 인력과 함정 11척 등 42대의 장비가 총출동한 이번 훈련은 오후 3시께 마무리됐다.

이날 훈련에 참여한 17개 기관은 사고 발생 접수부터 초기대응, 상황전파, 사상자 구조와 병원 이송 등 일련의 대응 과정에서 각각 제 기능을 수행하면서 유기적으로 협조했다.

올해 시작된 '레디 코리아' 훈련은 실제와 같은 상황을 설정하고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참여해 대비 태세를 점검하는 훈련이다.

행안부는 올해 9월 1차로 고속철도 터널사고 대응 훈련을 했고, 향후 분기별로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상민 장관은 "정부는 앞으로도 레디코리아 훈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훈련 결과를 토대로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복합재난에 대한 대비 체계를 튼튼하게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