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에 맞서다]㉔ 꽃길 따라 오세요…'1천만 관광 르네상스' 꿈꾸는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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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 자욱하던 고석정 훈련장, 핫플레이스 꽃밭으로…관광활성화로 생활인구 유치
입장료 6천원중 절반은 지역화폐로 돌려줘…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효과도
한탄강 관광벨트로 시너지 기대…"선순환 효과로 살기 좋은 곳 힘 실릴 것"
[※ 편집자 주 = 2010년대 중반 지역소멸론이 제기된 당시 79개이던 '소멸 위험' 지역은 올해 118곳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이제 그 그림자는 대도시까지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암울한 현실만을 얘기하는 이때 온 힘으로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맞서는 지자체들이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그곳, '지방소멸에 맞서는' 그곳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매주 월요일 1편씩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 이곳은 수많은 전차와 장갑차, 야포가 훈련을 위해 누비던 포 사격장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기를 꽃밭이라 상상했다.
그리고 온갖 꽃을 심었다.
그 넓이는 축구장 30여개와 맞먹었다.
꽃은 활짝 펴 벌과 나비는 물론 사람들까지 매혹했다.
많을 때는 철원 주민 수 전체와 맞먹을 정도의 관광객이 하루에 몰렸다.
식당과 편의시설은 덩달아 손님맞이에 바빠졌다.
인근 호텔은 평일에도 만실을 내걸 정도로 투숙객이 붐볐다.
육군 포 사격장을 고석정 꽃밭으로 일군 철원군은 꽃길 따라 관광객 1천만명을 맞이하는 시대를 꿈꾸고 있다.
◇ 울긋불긋 꽃길 따라 관광객 행렬…MZ세대 마음 훔쳤다
유난히 길었던 올 추석 연휴, 고석정 꽃밭이 자리한 강원 철원군 장흥리 일원은 엿새 동안 가을을 만끽하려는 관광객들이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철원군이 꽃밭 인근에 마련한 대형 주차장 3곳은 오전부터 차들로 가득 찼고 태봉대교∼고석정 로터리 구간은 관광객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임시 셔틀을 타고, 혹은 걸어서 꽃밭으로 향하는 행락객 발걸음에는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했다.
철원군에 따르면 추석 연휴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고석정 꽃밭에는 20만7천157명이 다녀갔다.
특히 연휴 둘째 날인 29일과 넷째 날인 1일에는 각 4만7천464명과 4만5천275명이 몰렸다.
이는 4만2천여명에 이르는 철원군 전체 인구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한글날 연휴 사흘 동안에도 9만여명이 찾았다.
고석정 꽃밭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강원도 작은 접경 마을로 전국 관광객 발걸음이 모이는 것일까.
고석정 꽃밭은 전체 면적 24㏊ 중 꽃밭만 15㏊ 규모로 축구장(0.714㏊) 34개 규모의 대단위 정원이다.
2015년 이전에는 전차가 기동훈련을 하고 포를 쏘던 군(軍) 훈련장이었으나 국방부와 협의를 통해 주민 품으로 돌아와 꽃밭으로 변모했다.
코스모스와 천일홍, 해바라기 등 10여 가지 꽃들을 심고 있으며 불타는 듯 강렬한 색상이 눈길을 사로잡는 촛불 맨드라미를 넓게 심어 한국판 네덜란드를 연상케 한다.
이는 시각적 즐거움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매력이다.
드넓은 공간에 친환경적으로 만든 고석정 꽃밭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추천 여행지로 거듭 소개되며 젊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명 SNS에 '고석정 꽃밭'을 검색하면 1만3천개가 넘는 방문 인증 게시물이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고석정 꽃밭에서 만난 최이영(23·서울 마포구) 씨는 "친구 SNS를 보고 색감이 너무 예뻐서 장소를 물었더니 고석정 꽃밭이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이에 태어나 처음 철원에 왔는데 사진 찍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 지역화폐로 입장료 환급…지역 경기 '어깨춤'
고석정 꽃밭 개장을 기다리는 이는 관광객뿐만이 아니다.
밀려드는 발걸음이 지역 상권으로 이어지는 까닭에 상인들도 꽃이 만발하길 고대한다.
지난 추석 연휴, 고석정 관광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모(50) 씨는 밀려드는 손님에 쉴 틈 없이 분주했다.
창 너머로 밖을 바라보니 관광객 차량이 큰길을 가득 메웠고 대형 관광버스도 식당 인근 도로에 줄을 이었다.
손님들의 주문에 예약 전화까지 몰려 조씨와 종업원들은 잠시 앉아 쉴 겨를도 없이 응대했다.
이런 모습은 가을철 고석정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꽃밭 인근 호텔은 이달 휴일은 물론 평일 대부분도 예약이 밀려 만실을 예고했고, 작은 모텔들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 투숙객이 찾았다.
인근 식당들 역시 관광객들이 몰리며 평소 보기 힘든 대기열이 생길 정도다.
고석정 인근 상인들은 이런 모습을 "꽃밭 효과"라고 입을 모았다.
꽃밭 입장료는 성인 6천원이지만, 이 중 절반인 3천원을 지역화폐인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당 업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돈통을 살펴봤을 때 지폐들 옆에 상품권 다발이 따로 보관돼 있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할 경우 지난 추석 연휴 유료 입장객 20만명이 다녀갔다면 엿새 동안 지역 상권에 6억원이 기본으로 풀린 셈이다.
철원군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두 달간 누적 관람객은 39만298명으로 하루 평균 6천729명이 방문했고, 1인당 직접 소비지출을 고려한 경제 효과가 80억원에 이른다.
또 지역홍보와 특산물 판매 등 간접 효과도 포함해 고석정 꽃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라앉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는 길고 잦은 연휴 등으로 관람객 수가 늘어나 경제 효과는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고석정 꽃밭은 상권 활성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철원군은 공공일자리 운영으로 주민 100여명을 고용해 지역 관광지 운영을 지원한다.
이들 중 절반가량인 50명을 고석정 꽃밭에 투입해 주차 안내, 환경 정화, 매표, 질서 유지 등 업무를 진행한다.
주차관리 업무를 맡은 주민 권오상(60) 씨는 "원래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데 여름철 수확을 끝내고 나면 한가하다"며 "이럴 때 철원군에서 일자리를 주니 가계에 보탬이 되고 심심하지도 않아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 숱한 위기 넘기고 조성한 꽃밭…1천만 관광객 시대 이끈다
사실 사격 훈련장이 꽃밭으로 바뀌기까지 숱한 위기가 있었다.
애초 고석정 꽃밭은 휴양시설인 리조트 개발을 목적으로 2015년 국방부와 협의를 거쳐 기부 대 양여로 취득한 토지였다.
마땅한 투자자가 없어 불모지로 방치되다가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아름다운 꽃밭으로 가꿨지만,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절반 이상이 훼손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군청과 주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문화재청과의 협의 끝에 꽃밭에 대한 발굴 조사 유예 허가를 받음으로써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40년대 철원군은 인구 10만명이 넘는, 강원도에서 두 번째로 규모 큰 도시였다.
그러나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으며 발전은 더뎌졌고 고령화와 저출산, 농업 중심의 1차 산업 기반, 국방개혁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구는 급격히 감소해 4만명대로 떨어졌다.
이제 철원군은 지방소멸 위기에 맞서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한 '생활인구' 증가를 도모하고 있다.
생활인구란 정주 인구뿐 아니라 지역에 체류하면서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사람까지 지역의 인구로 보는 개념이다.
통근·통학·관광 등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이외의 지역을 방문해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경우를 기준으로 한다.
정부는 생활인구 데이터를 정책에 활용해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지자체는 이를 바탕으로 성별·연령대·체류 기간·목적 등 생활인구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철원군은 올해를 '철원 관광 르네상스의 해'로 만들 방침이다.
고석정 꽃밭의 전국 흥행과 더불어 한탄강 지질공원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지정 심사 통과, 횃불전망대 완공 등 각종 호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에 고석정부터 한탄강 주상절리길, 은하수교, 횃불전망대, 물 윗길, 두루미 탐조, DMZ 평화 관광을 아우르는 한탄강 관광벨트를 완성해 사시사철 관광객이 찾는 철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또 방문에 그치지 않고 오래 머무는 관광을 육성하고자 관광지와 숙박, 음식점을 결합한 1박 2일 스탬프 투어를 시작으로 대형 리조트를 유치하고 철원∼포천∼연천 간 투어 버스도 운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철원군은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지자체 인구 감소 대응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돼 특별교부세 5억 원과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제 철원군은 꽃길 따라 관광객 1천만명이 방문하는 해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 자료 분석 결과 철원군 관광객 수는 2020년 570만 명에서 2021년 600만명, 지난해에는 700만명을 넘으며 꾸준히 늘었다.
올해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을 기대한다.
이현종 철원군수는 23일 "철원군 1년 관광객은 1천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이는 상권 부활과 세수 증과, 농특산물 매출 증대 등 선순환 효과를 불러와 살기 좋은, 머물고 싶은 철원 만들기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입장료 6천원중 절반은 지역화폐로 돌려줘…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효과도
한탄강 관광벨트로 시너지 기대…"선순환 효과로 살기 좋은 곳 힘 실릴 것"
[※ 편집자 주 = 2010년대 중반 지역소멸론이 제기된 당시 79개이던 '소멸 위험' 지역은 올해 118곳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이제 그 그림자는 대도시까지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암울한 현실만을 얘기하는 이때 온 힘으로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맞서는 지자체들이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그곳, '지방소멸에 맞서는' 그곳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매주 월요일 1편씩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 이곳은 수많은 전차와 장갑차, 야포가 훈련을 위해 누비던 포 사격장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기를 꽃밭이라 상상했다.
그리고 온갖 꽃을 심었다.
그 넓이는 축구장 30여개와 맞먹었다.
꽃은 활짝 펴 벌과 나비는 물론 사람들까지 매혹했다.
많을 때는 철원 주민 수 전체와 맞먹을 정도의 관광객이 하루에 몰렸다.
식당과 편의시설은 덩달아 손님맞이에 바빠졌다.
인근 호텔은 평일에도 만실을 내걸 정도로 투숙객이 붐볐다.
육군 포 사격장을 고석정 꽃밭으로 일군 철원군은 꽃길 따라 관광객 1천만명을 맞이하는 시대를 꿈꾸고 있다.
◇ 울긋불긋 꽃길 따라 관광객 행렬…MZ세대 마음 훔쳤다
유난히 길었던 올 추석 연휴, 고석정 꽃밭이 자리한 강원 철원군 장흥리 일원은 엿새 동안 가을을 만끽하려는 관광객들이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철원군이 꽃밭 인근에 마련한 대형 주차장 3곳은 오전부터 차들로 가득 찼고 태봉대교∼고석정 로터리 구간은 관광객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임시 셔틀을 타고, 혹은 걸어서 꽃밭으로 향하는 행락객 발걸음에는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했다.
철원군에 따르면 추석 연휴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고석정 꽃밭에는 20만7천157명이 다녀갔다.
특히 연휴 둘째 날인 29일과 넷째 날인 1일에는 각 4만7천464명과 4만5천275명이 몰렸다.
이는 4만2천여명에 이르는 철원군 전체 인구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한글날 연휴 사흘 동안에도 9만여명이 찾았다.
고석정 꽃밭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강원도 작은 접경 마을로 전국 관광객 발걸음이 모이는 것일까.
고석정 꽃밭은 전체 면적 24㏊ 중 꽃밭만 15㏊ 규모로 축구장(0.714㏊) 34개 규모의 대단위 정원이다.
2015년 이전에는 전차가 기동훈련을 하고 포를 쏘던 군(軍) 훈련장이었으나 국방부와 협의를 통해 주민 품으로 돌아와 꽃밭으로 변모했다.
코스모스와 천일홍, 해바라기 등 10여 가지 꽃들을 심고 있으며 불타는 듯 강렬한 색상이 눈길을 사로잡는 촛불 맨드라미를 넓게 심어 한국판 네덜란드를 연상케 한다.
이는 시각적 즐거움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매력이다.
드넓은 공간에 친환경적으로 만든 고석정 꽃밭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추천 여행지로 거듭 소개되며 젊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명 SNS에 '고석정 꽃밭'을 검색하면 1만3천개가 넘는 방문 인증 게시물이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고석정 꽃밭에서 만난 최이영(23·서울 마포구) 씨는 "친구 SNS를 보고 색감이 너무 예뻐서 장소를 물었더니 고석정 꽃밭이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이에 태어나 처음 철원에 왔는데 사진 찍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 지역화폐로 입장료 환급…지역 경기 '어깨춤'
고석정 꽃밭 개장을 기다리는 이는 관광객뿐만이 아니다.
밀려드는 발걸음이 지역 상권으로 이어지는 까닭에 상인들도 꽃이 만발하길 고대한다.
지난 추석 연휴, 고석정 관광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모(50) 씨는 밀려드는 손님에 쉴 틈 없이 분주했다.
창 너머로 밖을 바라보니 관광객 차량이 큰길을 가득 메웠고 대형 관광버스도 식당 인근 도로에 줄을 이었다.
손님들의 주문에 예약 전화까지 몰려 조씨와 종업원들은 잠시 앉아 쉴 겨를도 없이 응대했다.
이런 모습은 가을철 고석정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꽃밭 인근 호텔은 이달 휴일은 물론 평일 대부분도 예약이 밀려 만실을 예고했고, 작은 모텔들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 투숙객이 찾았다.
인근 식당들 역시 관광객들이 몰리며 평소 보기 힘든 대기열이 생길 정도다.
고석정 인근 상인들은 이런 모습을 "꽃밭 효과"라고 입을 모았다.
꽃밭 입장료는 성인 6천원이지만, 이 중 절반인 3천원을 지역화폐인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당 업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돈통을 살펴봤을 때 지폐들 옆에 상품권 다발이 따로 보관돼 있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할 경우 지난 추석 연휴 유료 입장객 20만명이 다녀갔다면 엿새 동안 지역 상권에 6억원이 기본으로 풀린 셈이다.
철원군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두 달간 누적 관람객은 39만298명으로 하루 평균 6천729명이 방문했고, 1인당 직접 소비지출을 고려한 경제 효과가 80억원에 이른다.
또 지역홍보와 특산물 판매 등 간접 효과도 포함해 고석정 꽃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라앉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는 길고 잦은 연휴 등으로 관람객 수가 늘어나 경제 효과는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고석정 꽃밭은 상권 활성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철원군은 공공일자리 운영으로 주민 100여명을 고용해 지역 관광지 운영을 지원한다.
이들 중 절반가량인 50명을 고석정 꽃밭에 투입해 주차 안내, 환경 정화, 매표, 질서 유지 등 업무를 진행한다.
주차관리 업무를 맡은 주민 권오상(60) 씨는 "원래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데 여름철 수확을 끝내고 나면 한가하다"며 "이럴 때 철원군에서 일자리를 주니 가계에 보탬이 되고 심심하지도 않아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 숱한 위기 넘기고 조성한 꽃밭…1천만 관광객 시대 이끈다
사실 사격 훈련장이 꽃밭으로 바뀌기까지 숱한 위기가 있었다.
애초 고석정 꽃밭은 휴양시설인 리조트 개발을 목적으로 2015년 국방부와 협의를 거쳐 기부 대 양여로 취득한 토지였다.
마땅한 투자자가 없어 불모지로 방치되다가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아름다운 꽃밭으로 가꿨지만,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절반 이상이 훼손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군청과 주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문화재청과의 협의 끝에 꽃밭에 대한 발굴 조사 유예 허가를 받음으로써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40년대 철원군은 인구 10만명이 넘는, 강원도에서 두 번째로 규모 큰 도시였다.
그러나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으며 발전은 더뎌졌고 고령화와 저출산, 농업 중심의 1차 산업 기반, 국방개혁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구는 급격히 감소해 4만명대로 떨어졌다.
이제 철원군은 지방소멸 위기에 맞서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한 '생활인구' 증가를 도모하고 있다.
생활인구란 정주 인구뿐 아니라 지역에 체류하면서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사람까지 지역의 인구로 보는 개념이다.
통근·통학·관광 등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이외의 지역을 방문해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경우를 기준으로 한다.
정부는 생활인구 데이터를 정책에 활용해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지자체는 이를 바탕으로 성별·연령대·체류 기간·목적 등 생활인구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철원군은 올해를 '철원 관광 르네상스의 해'로 만들 방침이다.
고석정 꽃밭의 전국 흥행과 더불어 한탄강 지질공원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지정 심사 통과, 횃불전망대 완공 등 각종 호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에 고석정부터 한탄강 주상절리길, 은하수교, 횃불전망대, 물 윗길, 두루미 탐조, DMZ 평화 관광을 아우르는 한탄강 관광벨트를 완성해 사시사철 관광객이 찾는 철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또 방문에 그치지 않고 오래 머무는 관광을 육성하고자 관광지와 숙박, 음식점을 결합한 1박 2일 스탬프 투어를 시작으로 대형 리조트를 유치하고 철원∼포천∼연천 간 투어 버스도 운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철원군은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지자체 인구 감소 대응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돼 특별교부세 5억 원과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제 철원군은 꽃길 따라 관광객 1천만명이 방문하는 해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 자료 분석 결과 철원군 관광객 수는 2020년 570만 명에서 2021년 600만명, 지난해에는 700만명을 넘으며 꾸준히 늘었다.
올해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을 기대한다.
이현종 철원군수는 23일 "철원군 1년 관광객은 1천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이는 상권 부활과 세수 증과, 농특산물 매출 증대 등 선순환 효과를 불러와 살기 좋은, 머물고 싶은 철원 만들기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