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 여고생 역…"기억해야만 하는 이야기"
작년 '다음 소희'로 신인여우상 석권…"어쩌다 보니 배우 돼 있더라"
'너와 나' 주연 김시은 "첫 로맨스 연기…부담없이 신나게 했죠"
"시나리오를 읽을 때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전혀 부담 없이, 신나고 재밌게 연기했습니다.

"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너와 나' 주연 배우 김시은은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조현철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에서 친구 '세미'(박혜수 분)를 사랑하는 여고생 '하은'을 연기했다.

김시은은 "데뷔 후 첫 입맞춤 신을 혜수 언니와 했다"면서 "처음으로 멜로, 로맨스 연기였다"며 웃었다.

"세미의 호흡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연기했어요.

세미가 화를 내거나 살짝 미운 구석이 있더라도 그 모습조차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게 하은이의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진짜 하은이 돼서 세미를 대했고요.

혜수 언니도 너무나 꼼꼼하게 캐릭터를 분석해서 세미 그 자체가 돼 현장에 왔어요.

박혜수라는 배우가 아니라 그냥 세미로 보이더라고요.

"
김시은과 박혜수는 촬영 몇 달 전부터 대본 리딩을 통해 호흡을 맞춰갔다.

조 감독은 시나리오에 얽매이지 않고 둘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도록 독려했다고 한다.

극 중 하은과 세미의 말투와 행동은 실제 두 배우의 것 그대로다.

'너와 나' 주연 김시은 "첫 로맨스 연기…부담없이 신나게 했죠"
그러나 '너와 나'를 단순히 퀴어 영화라고 정의하기는 어렵다.

여고생 간 사랑을 다루긴 했지만, 안산 단원고 학생을 포함해 3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참사가 벌어지기 하루 전 수학여행을 준비하는 세미와 하은이 겪는 일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 아이들의 모습도 비춘다.

2014년 참사 당시 중학생이던 김시은은 학교에서 친구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교실에 선 채로 창가에서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얘기를 듣던 그 순간이 아직 기억나요.

그래서 제가 이 영화를 하게 된 게 신기하기도 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잊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도, 그 이야기에 제가 하은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참 감사합니다.

"
그는 약 2천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오디션을 통해 하은 역을 따냈다.

이 영화를 통해 첫 장편 연출에 도전한 배우 겸 감독 조현철은 김시은을 두고 "놀랍도록 동물적인 배우로 1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보물"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시은 역시 조 감독에 대해 "천재적인 감독인 것 같다"며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나갈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가 '너와 나' 오디션을 본 계기도 "감독님처럼 독보적인 연기를 하는 사람이 과연 연출은 어떻게 할까 기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너와 나' 주연 김시은 "첫 로맨스 연기…부담없이 신나게 했죠"
김시은은 지난해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2022)로 영화계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그는 콜센터로 실습을 나갔다가 비극을 맞는 특성화고 학생 '소희'를 연기해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그는 "막연히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진짜로 배우를 하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EBS 1TV 어린이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MC 후보로 참가했던 그는 이후 각종 드라마에 조연·단역으로 출연하며 차곡차곡 경력을 쌓았다.

이후 소속사도 생겼고 '너와 나'와 '다음 소희' 주연도 잇따라 꿰찼다.

김시은은 "하고 싶던 일에 한번 발을 들였더니 어쩌다 이렇게 됐다"며 웃었다.

"과거에는 제 주변 친구들을 보면 저보다 안정적인 길을 가는 것 같아서 '나는 인간 구실도 못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제 삶을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됐는데 그걸 못해낼까 봐 두렵기도 했고요.

요즘은 지금까지 누린 행운과 주위에서 받은 격려 같은 것만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는 작품을 빨리 만나서 연기에 몰두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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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주연 김시은 "첫 로맨스 연기…부담없이 신나게 했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