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했다. 한국이 체결한 24번째 FTA이자 아랍권 국가와 맺은 첫 협정으로 우리 경제 지도를 중동 지역까지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UAE는 중동 지역 주요 경제국이자 우방국으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허브로 꼽힌다. 178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한국과의 교역 규모는 195억달러(약 26조4200억원)다. 이번 협정의 핵심 내용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자동차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터져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원유에 대한 관세(현행 3%)가 10년에 걸쳐 완전히 철폐되면 안정적인 원유 공급원 확보는 물론 국내 정유산업의 원가 경쟁력 개선도 기대된다. UAE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5%) 철폐로 자동차 수출도 유리해진다.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보다 먼저 협정을 체결한 만큼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UAE가 최고 수준으로 서비스 시장을 개방한 것도 고무적이다. 이번 협정으로 의료기관의 현지 개원과 원격 진료, 산후조리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의 현지 진출이 가능해진다. 게임·영상·음악 등 K콘텐츠 시장도 지금까지 체결한 협정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열었다고 한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K의료와 K콘텐츠의 중동 수출을 확대해 제조업보다 취약한 서비스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밖에 5대 핵심 협력 분야에 포함한 에너지·자원, 바이오 등 양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이·팔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어지럽지만 특정 지역의 분쟁이나 전쟁 때문에 시장 전체를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 경제국은 해외 투자자 사이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꼽힌다. 무엇보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석유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경제·산업 구조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 한국이 강점을 갖춘 제품·서비스 시장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 UAE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다른 중동 주요국과의 통상 확대와 협력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