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서 '산하기관 법카로 9천만원대 결제' 등 적발…해당직원 징계요청
산업차관 "감사 결과 엄중히 수용…재발 방지 위한 특단 대책"
산하기관 '갑질' 드러난 산업부, 긴급회의 소집…"무관용 원칙"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간 간부인 사무관과 과장이 파견 산하기관 직원들에게 1억원 가까운 금액을 대신 결제하도록 하는 등 각종 갑질을 일삼았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11일 긴급 직원회의를 소집,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했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강당에서 장영진 1차관 주재로 긴급 직원회의를 개최했다.

장 차관은 이 자리에서 "이번 감사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산업부와 공직 사회 전체에 불신을 초래하는 일로 재발 방지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장 차관은 직원 비위에 '무관용 원칙'을 바탕으로 최고 한도로 일벌백계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직급별 청렴 및 갑질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직장 내 부당대우 신고센터 운영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

산업부는 이번에 드러난 산하기관 법인카드 사용과 같은 사례가 더 있는지 전면 점검하는 한편, 현재 파견 중인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파견 적정성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감사원이 전날 발표한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는 산업부 간부들과 산하기관 임직원들의 각종 비위와 도덕적 해이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산업부의 한 에너지 관련 부서의 40대 사무관은 수년에 걸쳐 명절 때 가족과 먹을 한우 고깃값을 대신 내게 하는 등 한국지역난방공사 직원들이 자기 대신 법인카드로 8천500여만원을 결제하도록 요구했다.

이 사무관은 부서로 파견된 공사 직원에게 3년 반에 걸쳐 출·퇴근 픽업이나 자녀 소풍 도시락 준비 등 업무와 무관한 행위를 강요하는 등 각종 갑질도 일삼았다.

해당 사무관 소속된 조직의 과장은 여러 차례 부서 회식을 하면서 난방공사가 법인카드로 1천100여만원의 회식 비용을 결제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수뢰와 강요 혐의로 해당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또 사무관은 파면, 과장은 정직 처분하도록 산업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산업부는 곧바로 중앙인사징계위원회에 이들의 징계 의결을 요청하기로 했다.

산업부 내부에서도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충격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내부 게시판에도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감사에서는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출장 때 호텔 스위트룸에 묵으면서 하루 숙박비로만 260만원을 쓰고, 한국전력 직원이 직접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면서 수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등 산업부 산하 공기업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사례도 다수 문제가 됐다.

산업부는 "방만 경영 및 도덕적 해이 사례 전반에 대해 공무원 수준에 준하는 자체 규정 구비 여부 및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산업부 감사관실과 소관 공공기관 감사실 주도로 철저히 후속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