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이스라엘 사태 장기화 가능성 크지 않은 듯"
국제유가 동향 예의주시…"인플레이션 가중 우려"

증권팀 = 전쟁 상황으로 치닫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는 그리 크지 않은 모습이다.

연휴 기간 발생한 이·팔 충돌 사태가 고금리·고유가 등 대내외 악재로 취약해진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10일 여의도 증권가 등 금융시장에선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우세한 가운데 주식은 전강후약의 흐름을 보인 반면 채권과 원화는 강세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지속되는 악재인 인플레이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가 동향에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금융시장 '이·팔 사태' 충격 제한적…주식↓ 채권·원화↑
◇ 금융시장 예상 밖으로 차분…주식 전강후약, 채권·원화 강세
이날 연휴 전인 지난 6일보다 6.15포인트(0.26%) 내린 2,402.58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1% 이상 상승 출발한 뒤 장 초반 2,450선을 넘봤으나 오름폭을 점차 줄이다 장 마감 1시간여를 남겨놓고 하락 반전해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상승세로 출발했다 약세로 돌아서 21.39포인트(2.62%) 떨어진 795.00으로 장을 마쳤다.

개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천8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700억원가량을 순매도하며 약세 전환을 주도했다.

기관은 각각 5천900억원과 2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채권시장은 국고채 금리가 대체로 하락하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 거래일 최종호가수익률 대비 1.8bp(1bp=0.01%포인트) 내린 3.997%에, 10년물은 2.1bp 하락한 4.219%에 마감했다.

장중 낙폭을 줄이긴 했으나 3년물 금리가 4% 미만으로 내려온 것은 이달 들어 처음이다.

외환시장도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5원 하락하며 개장했으나 하락폭을 줄여 0.4원 내린 1,349.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식이 약세 전환했으나 채권, 원화는 강세를 유지하는 등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데는 간밤 뉴욕 증시 등 해외 금융시장의 반응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0.59% 올랐으며,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0.63%와 0.39% 각각 상승했다.

미국 채권시장은 '콜럼버스의 날'을 맞아 이날 휴장했다.

미국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발언도 국내외 증시의 부담을 덜어주는 호재로 작용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이·팔 사태' 충격 제한적…주식↓ 채권·원화↑
◇ 증권가 "이스라엘 사태 장기화 가능성 크지 않은 듯"
지난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전례 없는 대규모 로켓 공격으로 촉발된 이번 충돌 사태는 전쟁을 방불케 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최악의 공격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범아랍권의 원유 수출 보복(1차 오일쇼크)을 불러온 1973년 10월 욤 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 당시와 같은 유가 폭등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이번 사태가 유가 상승을 유발해 글로벌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전면전으로 번지며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아랍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논의 중으로 범아랍권의 전쟁 개입 움직임이 없고, 이번 사태의 배후로 거론되는 이란 역시 하마스의 공격은 자율적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과거와 같은 오일쇼크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도 "1970년대 (중동의) 반(反)이스라엘 정서처럼 단결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마스의 목표는 최근 미국 중재로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평화협정을 방해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전면전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이·팔 사태' 충격 제한적…주식↓ 채권·원화↑
◇ 국제유가 동향 예의주시…"인플레이션 가중 우려"
이스라엘 사태가 일각의 우려처럼 확전되거나 과거와 같은 오일쇼크를 유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해도 유가 상승으로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경제에는 만만찮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59달러(4.34%) 오른 배럴당 86.38달러를 기록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산유국이 아닌 만큼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보이는 구도는 미국과 이스라엘 대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 간의 대리전 양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기적으로 양국 간 대리전으로 치달을 경우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산유국이 아닌 데다 과거에 보면 중동 분쟁이 단기간에 종료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기에 원유 시장 등에 대한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유가 상승의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290만배럴, 수출량은 하루 120만배럴인데 미국의 이란 제재 당시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당 40만배럴 이하로 감소한 바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일일 원유 생산량이 200만배럴 감소한다면 원유 재고는 6천만배럴 줄어들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는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이번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융시장과 물가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금융시장·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열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관계기관 공조 하에서 상황별 대응계획을 재점검하고 전반적인 물가 관리 노력을 강화해달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