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증시는 주말새 터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려에 하락 출발했습니다. S&P500은 장중 0.6%까지 하락했고, 나스닥은 1.15%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7일 오전 6시30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침공했습니다. 이스라엘 남부를 겨냥해 2500발 이상의 로켓포를 발사했고, 22개 이스라엘 도시와 군기지에 병력을 침투시켰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0~300명가량의 하마스 대원이 이스라엘에 침투한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즉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보복공습했습니다. 전쟁 사흘 째 양측의 사망자 수는 1000명을 넘었습니다.
커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려…오일쇼크 이어질까 [나수지의 미나리]
전쟁 발발 포기 국제유가는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요 산유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양국의 경제규모도 이스라엘이 경제성장률(GDP) 기준 28위, 가자지구가 120위로 크지 않다는 점도 시장이 우려를 키우지 않은 요인입니다. 상황이 급변한 건 이란이 사실상 하마스의 공격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는 이란 안보 당국자의 도움이 있었다"며 "지난 2일 레바논에서 열린 회의에서 대규모 공격작전을 이란이 승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마스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개입했다는 설이 퍼지면서 유가는 급등했습니다. 이 날 장중 한 때 WTI 원유 선물은 3.8%, 브렌트유 선물은 3.8%까지 상승했습니다.

시장은 이번 전쟁에 이란이 어느정도의 역할을 했는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개입이 사실로 확인되면 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까지 확전할 수 있습니다. 이란이 하마스 공격에 연루됐다고 미국이 판단한다면 더욱 강한 제재를 가해야하고, 이는 이란의 감산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란이 하루에 50만배럴씩 원유를 생산하면서 국제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만약 이란이 감산을 시작할 경우 10만배럴 감소할 때 마다 브렌트유가 1달러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바이탈날리지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여부"라고 분석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승인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지만,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분쟁에서 이란의 역할과 관련된 비난은 정치적 이유에 근거한 것"이라며 "결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WSJ의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커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려…오일쇼크 이어질까 [나수지의 미나리]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1973년 10월 '1차 오일쇼크'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당시 이집트 시리아 등이 이스라엘을 침공해 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고, 아랍 석유수출국 기구 회원국이 석유 금수조치를 단행하면서 유가가 치솟는 '오일쇼크'가 발생했습니다. 클락타워 리서치는 "(이란 등으로) 확전이 없다면 이번 전쟁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전후로 유가 흐름을 살펴보면, 분쟁이 발생한 이후 유가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만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알파인 매크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며 "다만 이런 가능성은 20%가량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전쟁 발발이후 오히려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옵니다. 그간 주식시장은 급등하는 미국 국채 금리 때문에 짓눌려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국채 수요가 늘어난다면 국채금리가 진정될테고, 이는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는 겁니다. 월가의 대표적 강세론자인 톰 리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공동 창립자는 "불확실성은 더해지겠지만, 채권금리 하락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날 미국 증시는 오후들어 크게 반등했습니다. 이란이 공식적으로 개입설을 부인하면서 시장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 가능성을 낮게 보고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채권 시장은 '콜롬버스의 날'로 휴장했습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