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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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선 종종 생계유지를 위해 티칭 프로로 활동하거나 ‘투잡’을 뛰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들이 출전해 화제가 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 1부 투어 출전권이 있는 게 아니라 월요 예선 등을 통해 출전권을 얻어 나서는 정도다. 이들은 우승 경쟁보다 출전에 의미를 두고 ‘커트 통과’를 실질적인 목표로 세운다.

벤 그리핀(27·미국·사진)도 이런 선수 중 한 명이었다. 2018년 프로로 전향해 PGA투어 캐나다에서 뛰었고, 2019년엔 PGA 콘페리(2부)투어에 나섰으나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 해 골프 선수를 아예 그만두고 한 부동산회사에서 자산 관리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2021년 11월 콘페리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도전했다. 2021~2022시즌에는 콘페리투어에서 준우승 세 차례를 한 끝에 꿈에 그리던 PGA투어에 입성했다.

‘회사원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그리핀이 한발 더 나아가 PGA투어 정규 대회 우승이라는 목표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리핀은 8일(한국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CC(파72)에서 열린 PGA투어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총상금 820만달러)에서 3라운드까지 20언더파 196타를 적어내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지난 사흘간 54홀에서 적어낸 보기가 단 1개에 불과하다. 2라운드에 이어 3라운드에서도 선두를 지킨 그는 2위에 2타 앞섰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리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열린 버뮤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 기회를 잡았다가 마지막 날 타수를 잃고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오늘도 지난 사흘간 갔던 똑같은 태국 식당에 가서 똑같은 메뉴를 먹을 것”이라며 “나는 미신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조건 똑같은 루틴으로 최종 라운드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송곳 아이언 샷’을 내세워 타수를 줄여간 그리핀의 이날 가장 큰 위기는 18번홀(파4)이었다. 그는 두 번째 샷을 그린 옆 벙커에 빠뜨려 타수를 잃을 처지였다. 그러나 벙커샷을 홀 약 2m 지점에 붙였고, 파 퍼트를 넣으면서 보기 없이 라운드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