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꺼내달라고 간절히 애원하는 도살 직전의 철창 속 개들"
"전기봉에 죽어가는 개들…너무 무서워 발발발발 온몸 떤다"
"연간 50만마리 개가 식용으로 숨져…한국 개 농장 세계 유일"
"돼지 10%, 의식 있는 상태에서 도살된다"…전진경 카라 대표

[※편집자 주= 전진경 '동물권 행동 카라' 대표의 인터뷰는 분량이 많아 세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오늘 이 기사는 첫 번째 기사로 전 대표의 성장 과정과 동물 도살현황 등을 다뤘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기사는 조만간 송고할 예정입니다.

]

"트럭에서 내리려 하지 않고, 울부짖고, 달아나는 소들. 사시나무 떨듯이 온몸을 발발발발 떨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의 개들. 이렇게 도살되는 동물들은 사람으로 치면 아기 또는 청소년들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40년 사는 소가 두살에 이렇게 죽습니다.

개는 15년을 사는 동물이지만 사람에 의해 1∼2살에 세상을 떠납니다.

사람들이 미각을 위해 이런 잔인한 짓을 합니다"
전진경(59)은 국내 동물보호 단체인 '동물권 행동 카라'의 대표다.

그는 사람들의 잔인한 동물 학대와 도살에 경악한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카라의 더불어숨센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 센터는 카라가 학대와 도살로부터 구조한 동물을 보호하고, 교육하고, 입양 보내는 곳이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물도 사람들처럼 희로애락을 느끼고 지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사람은 그런 동물들을 무생물 대하듯이 잔인하게 죽이고는 그 고기를 먹고 있다"고 했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전 대표는 "아직도 한국에서는 연간 50만마리 이상의 개가 사람의 식용을 위해 죽는다"면서 "개 농장을 대규모로 운영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15∼18년을 살 수 있는 식용 개의 경우 수컷은 1살에, 암컷은 2살에 사람을 위해 죽는다"면서 "암컷의 생존 기간이 수컷보다 긴 것은 새끼를 한번 낳은 후에 사람들이 죽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대표는 개 식용 금지를 위한 특별법이 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난 전 대표는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대기업 직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했다.

약국 일을 하면서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화여대 에코 학부 대학원에 진학해 동물행동 생태학을 공부했다.

2002년에 카라의 전신인 '아름품'의 창립 멤버였고, 2014년에는 동물권 행동 카라의 상임이사로 상근을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 어디에서 성장했나.

▲ 서울 약수동에서 자랐다.

-- 부모님은 어떤 분이었나.

▲ 아버지는 성실하고 가정적인 분이었다.

막내딸인 나를 많이 사랑해주셨다.

아버지는 오빠들한테는 엄격했지만, 막내인 나에게는 다정했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나를 믿었다.

아버지는 운동을 잘했고 외모도 멋졌다.

어머니는 머리가 좋았고 손재주가 뛰어나서 신발을 제외하고 옷, 모자 등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주셨다.

두 분은 돌아가셨지만 언제나 나의 마음속에 살아 계신다.

-- 가정 형편은 어떠했나.

▲ 나의 증조할아버지가 대단히 부유했다.

사료 사업 등으로 돈을 버셨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승용차가 드물었는데, 증조할아버지는 장손인 아버지를 승용차에 태워서 데리고 다녔다고 들었다.

저의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했을 때 집안에 찬모, 빨래하는 분을 따로 뒀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 이후 가세가 기울었다.

나중에는 아버지가 갖고 있던 말(馬)을 유지할 수 없어서 팔아야 했는데, 그것이 가슴 아팠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시곤 했다.

그 동물은 아버지의 할아버지(나의 증조할아버지)가 아버지한테 사주신 것이었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 본인은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나.

▲ 초등학교 시절에는 오빠, 친구들과 여기저기 많이 놀러 다녔다.

공부를 악착같이 하지 않았지만, 성적은 우수한 편이었다.

중학교 때에는 거의 하루에 한권씩 읽을 정도로 독서를 많이 했다.

삼중당 문고 시리즈를 읽으면서 울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학업에 몰입하지 않았지만, 성적은 괜찮은 편이었다.

-- 대학교 약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 성적에 따라 선택했는데, 아버지의 권유도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원래 관심사는 동물, 진화 등이었다.

내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도 찰스 다윈이었다.

고교 시절 TV를 통해 동물들의 삶을 보면서 울기도 했다.

엄마 여우가 사냥하러 간 사이에 새끼 여우들이 굴 앞에서 어울려 노는데, 그중 하나가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 상태였다.

그 여우가 불쌍해서 눈물이 났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동물을 키웠나.

▲ 집에는 항상 개가 있었다.

내가 막내이다 보니 우리 집 개는 내 동생이었다.

나는 찬장에 있는 고기를 몰래 꺼내서 개에게 주기도 했다.

학교에 갔다 오면 먹으라고 어머니가 빵이나 고구마를 쪄놓으시고 튀김도 해놓으시곤 했는데, 나는 항상 개와 나눠 먹었다.

-- 어린 시절 개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 우리 식구들은 개를 좋아했다.

아버지, 어머니, 두 명의 오빠가 모두 그랬다.

어느 날 큰 오빠가 개한테 먹을 것을 던져줬는데, 그것이 수챗구멍으로 굴러 들어갔다.

오빠가 손을 집어넣어 꺼내려 하자 개가 오빠의 손을 물었다.

먹을 것을 빼앗으려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오빠의 손에서 피가 흘렀기에 아버지가 화가 나서 개를 때렸다.

나는 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오빠가 잘못했는데, 왜 개를 때리냐며 울고불고 난리를 피운 일이 있었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 동물들은 사람처럼 희로애락을 느끼나.

▲ 반려동물을 키워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반려견한테 "산책"이라고 하면 눈이 반짝반짝한다.

나의 복장을 보고 산책하러 가는지, 직장에 출근하는지를 안다.

내가 산책하러 나갈 것으로 판단되면 개는 먼저 나가서 기다린다.

동물이 위기 시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런 감정은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 동물들이 공평함과 공정함이 무엇인지 안다고 하던데.
▲ 연구자가 두 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실험한 적이 있다.

개 A에게 손(앞발)을 달라고 했더니 손을 줬고, 개 B도 같은 동작을 취했다.

그다음에 A에게 손을 달라고 하고는 먹을 것을 줬고, B에게는 손을 달라고 하고는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

그다음에 또다시 손을 달라고 했더니 A는 손을 줬지만, B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불공평함에 대한 거부와 항의의 뜻이었다.

영장류에게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A에게는 맛있는 것을, B에게 덜 맛있는 것을 줬더니 B가 그걸 먹지 않고 집어던졌다.

맛이 덜하더라도 안 먹는 것보다는 먹는 것이 나을 듯한데, 그 동물은 욕구를 누르고 불공정함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 동물들도 사랑을 느끼나.

▲ 어린 시절에 어머니한테 자주 들은 이야기가 있다.

과거 농가에서는 송아지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우시장(소시장)에 데려가 파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주인이 송아지를 외양간에서 끌고 나가면 엄마 소가 울면서 송아지를 따라가곤 했다고 한다.

새끼를 떠나보내고는 1주일간 여물도 안 먹고 목메어 울기만 하는 엄마 소도 있다고 한다.

소는 사람과 비슷한 10개월간 새끼를 몸에 품고 있다가 낳는데, 그 새끼가 어린 나이에 팔려 가니 어미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인가.

▲ 동남아시아 밀림에 사는 새끼 오랑우탄은 돈 많은 사람들이 집에 데려가 키우고 싶어 한다.

매우 예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끼를 데려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일한 방법은 어미 오랑우탄을 죽이는 것이라고 한다.

어미가 살아있는 한 절대로 새끼를 빼앗기지 않기 때문이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 어린 시절 개 잡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하던데.
▲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제사 때문에 어머니를 따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할머니 댁에 갔다.

당시 그곳은 논과 밭이 많았다.

나는 논에서 놀다가 배밭으로 올라갔는데, 그곳에서 매달아 놓은 개를 봤다.

점박이 발바리였다.

-- 그때 느낌은 어떠했나.

▲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패닉이 오면서 인간에 대한 증오심이 일었다.

나는 그날 노트에 사람을 그려놓고 빨간 펜으로 마구 그었다.

-- 배밭의 도살 장면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나.

▲ 개가 살해되는 장면을 보는 것은 살인 현장을 목격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 정도로 충격이 크다.

나도 그 배밭에서 그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아는 어떤 교수님은 집에서 개를 키웠는데,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 개가 뛰어나와서 반기곤 했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 어느 날 그 개가 보이지 않아 여기저기 찾으러 다녔는데, 할아버지가 아무렇지도 않게 "개가 나이 들어 여기저기 아프고 해서 저분들한테 잡아먹으라고 줬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가리킨 사람들은 집안에서 어떤 공사를 하던 인부들이었다.

그 교수님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할아버지 방문을 확 열고는 "할아버지는 악마야"라고 외쳤다고 한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 한국에서 개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있나.

▲ 개 식용이 많이 줄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연간 50만 마리 이상의 개가 식용으로 죽는다.

-- 성남 모란시장의 개 시장은 폐쇄되지 않았나.

▲ 그곳에서는 아직도 개고기를 팔고 있다.

과거에는 살아있는 개를 진열해놓고 사람들이 특정 개를 지목하면 현장에서 도살해 비닐봉지에 넣어 줬다.

현재는 진열 도살을 하지 않지만, 고기 시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 개고기를 먹는 나라가 드문데, 왜 한국은 개 식용 문화가 있을까.

▲ 우리 선조들이 잡아먹기 위해 개를 키웠던 것 같지는 않다.

개는 집을 지켜주고, 사람은 먹을 것을 제공하는 공생 관계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단백질이 부족한 상황에서 늙은 개를 잡아먹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우리 민족은 농경 중심 사회여서 소는 귀했고, 돼지도 많지 않았다.

고기류가 비교적 풍부했던 서양에 비해 단백질 섭취 기회가 없다 보니 이런 문화가 생긴 듯하다.

-- 개 농장이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하던데.
▲ 우리나라처럼 식용으로 개를 키우는 나라가 없다.

6천∼7천마리를 키우는 대규모 농장도 한국에 있다.

농장주는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잔반)를 먹이로 준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 동물 도살은 어떻게 진행되나.

▲ 전기나 일산화탄소로 기절시킨 뒤 목의 동맥을 잘라 방혈(放血)을 해서 사망토록 한다.

방혈은 피가 대량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 동물들은 도살 직전에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아나.

▲ 예를 들어, 소들은 축사에서 트럭에 태워진 뒤 이동한 다음 계류장을 거쳐 도살장으로 끌려 들어가 죽는다.

소들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안다.

트럭에 오르려 하지 않고, 도살장에 도착해서는 내리려 하지 않는다.

눈물을 흘리고 울부짖는다.

이때 사람들은 체인으로 감아 잡아당기고, 쇠꼬챙이로 찌른다.

도살장에 들어오면 샷건을 머리에 발사해 기절시킨다.

샷건은 나사못을 머리에 쏘아서 관통시키는 총이다.

그다음에는 기절한 소의 다리를 끌어올린 뒤 인부가 칼로 목을 베어 피가 대량으로 흘러나오도록 한다.

그때까지 의식이 있는 소들은 매달린 채 발버둥을 친다.

그 후 컨베이어벨트에 놓여 이동하면서 몸의 각 부분이 해체된다.

-- 돼지도 비슷한 방식으로 도살되나.

▲ 돼지는 소보다 무질서하다.

도살장 안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돼지는 거꾸로 간다.

체중이 많이 나가서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지지 않는 돼지도 있다.

이런 돼지들은 인부들이 갈고리로 찍어서 끌어당기기도 한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방혈을 맞게 되는 돼지는 10%가량이나 된다.

이런 돼지는 발버둥을 치게 되는데, 인부가 단번에 목을 베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몇차례나 칼을 휘두르게 되고, 참혹한 상황이 벌어진다.

인도적인 도살이라는 것은 없다,

-- 개 도살과정은 어떠한가.

▲ 개는 크기가 다양하다.

기절시키는 데 필요한 전력량은 연구된 바가 없고, 표준화돼 있지도 않다.

그러니 개들이 7∼8차례 기절했다가 깨어나기도 한다.

죽은 줄 알았는데 깨어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강인하고 큰 개일수록 빨리 죽지 않는다.

8차례 이상 감전당하는 개도 있다.

사람들은 전기 쇠꼬챙이를 귀, 눈, 입에 넣고 쑤시기도 한다.

이렇게 감전되면 내장이 타들어가 죽는데, 그 과정에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 개들도 도살 상황을 알 듯한데.
▲ 도살되는 것을 미리 감지하고 그 전에 똥을 지리기도 한다.

모든 개가 발발발발 떤다.

그냥 떠는 정도가 아니다.

매우 심하게 떤다.

도살이 시작되면 철창에 여러 마리의 개를 가둬놓고 전기 꼬챙이로 감전시켜 죽인다.

개들은 좁은 공간에서 감전을 피해 달아나려고 난리를 치면서 어떻게든 숨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제일 약한 개가 철창의 천장 쪽으로 올라간다.

힘센 개들이 다른 개의 밑으로 숨어들기 때문이다.

-- 도살 직전에 구출하는 경우도 있나.

▲ 구조대가 불법 도살 현장에 도착하면 철창 안의 개들이 처음에는 눈치를 본다.

그러다 조금씩 고개를 든다.

그리고 나 좀 꺼내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모든 개가 그런 눈으로 쳐다본다.

개들은 누가 자기들을 구하는지, 누가 죽이려 하는지를 안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 동물이 도살장에서 탈출하기도 하나.

▲ 충남 서산에서 소가 겁을 먹고 도살장에서 달아난 일이 있었다.

이 소는 도살장에서 뛰어나와 문 앞에 있었던 인부를 치어 죽였다.

곧이어 소는 앞에서 길을 막고 있는 한 아주머니를 옆으로 피해 달아났다.

그 아주머니는 그 소를 위탁받아 키운 사람이었다.

소가 자기 주인을 알아보고는 밟지 않고 피해 간 것이었다.

그 아주머니는 "얼마나 살고 싶으면 저렇게 도망 나왔겠느냐"면서 "내가 소를 괜히 넘겨서 이런 일이 생겼다.

구해주면 내가 다시 직접 키우겠다"고 했다.

-- 카라도 그 소를 살리려고 노력했나.

▲ 우리도 구명운동을 펼쳤다.

처음에 언론에서는 그 소를 '살인 소'라고 불렀다.

이는 잘못된 호칭이라고 우리는 주장했다.

살인 의도가 없었고, 사람을 치어 죽인 것은 탈출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한 사고였기에 '탈출 소'가 정확한 명칭이라고 했다.

언론도 호응했다.

그러나 당국은 소를 살려달라는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죽여서 폐기처분 했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 당시 그 소는 몇살이었나.

▲ 두살이었다.

-- 태어난 지 2년밖에 안 됐는데, 왜 도살장으로 끌고 갔나.

▲ 자연 상태에서 소의 평균수명은 40년 정도인데, 공장식 축사에서 2살이 되면 사료를 먹여도 몸집이 더 커지지 않는다.

사료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때 잡아서 고기로 먹는다.

-- 자연 상태에서도 2살이면 성체가 되나.

▲ 밖에서 풀을 뜯어 먹는 소가 완전히 자라기까지는 4∼5년이 걸린다.

축사에서는 배합사료를 먹이고, 움직이지 못하게 해서 조기에 성체로 만든다.

소 2살이면 이제 겨우 청소년이다.

-- 개도 어린 나이에 도살되나.

▲ 개 수명은 15∼18년 정도다.

식용의 경우 수컷은 1살에, 암컷은 2살에 사람에 의해 죽는다.

수컷은 만 1살에 이르면 사료를 더 먹어도 몸집이 커지지 않기 때문에 도살된다.

암컷은 새끼를 한번 낳은 뒤에 사람들이 죽이므로 2년 정도 걸린다.

그들은 평생 한 번도 마당에 나와 뛰어보지 못하고 사람을 위해 죽어간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 다른 동물은 어떤가.

▲ 닭은 15∼20년을 사는 동물이다.

자연 상태에서 성체에 도달하기까지 100일 정도 걸린다.

그러나 사람들이 철창 안에서 키우는 닭은 계란에서 나온 지 한 달 만에 사람을 위해 죽는다.

돼지도 자연 상태에서 성체로 자라는데 1년 6개월 정도 걸리지만 사료 등을 먹어서 탄생 5∼6개월 만에 성체가 되어 죽는다.

돼지의 평균수명은 개와 비슷한 15년 정도다.

-- 송아지 고기를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 서양에는 송아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감금 틀'이라는 것도 있었다.

못 움직이게 송아지를 고정하는 것이다.

송아지는 팔랑팔랑 뛰어노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때 송아지를 보면 정말로 예쁘다.

이런 송아지에게 '감금 틀'을 사용하는 것은 뛰어다니면 근육이 생겨서 부드러운 맛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송아지의 근육 발달을 막기 위해 짚을 비롯한 씹을 것도 주지 않는다.

씹는 과정이 몸 전체의 근육을 형성하는데,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 본인은 채식주의자인가.

▲ 초등학교 5학년 때 개 잡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붉은 고기를 끊었다.

어머니는 몸이 약한 나에게 고기를 먹이려 애를 쓰셨다.

고기를 갈아서 몰래 국에 넣기도 했고, 고기를 국에 넣어 끓인 뒤 빼낸 다음에 그 국물을 주기도 했다.

나는 냄새 등으로 그걸 알아내고는 먹지 않았다.

지금은 멸치를 비롯한 어류는 먹는다.

어류 가운데 회를 비롯해 인위적 고통이 가해진 것은 먹지 않는다.

-- 카라의 활동가들도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나.

▲ 근무 중에는 고기를 안 먹는 것이 원칙이다.

그것이 동물보호 활동가로서의 예의라고 생각해서 그런 조건으로 채용한다.

근무 시간 외에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서는 통제하지 않는다.

-- 채식이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도 있는데.
▲ 잡곡밥에 나물, 견과류를 먹으면 건강에 괜찮다고 본다.

잡곡밥에는 단백질인 콩이 들어있고, 견과류에는 필수 지방산이 함유돼 있다.

신선한 나물에는 철분을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들이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된장에도 단백질이 풍부하다.

[삶] "15년은 살 수 있는데, 열심히 먹고 1살에 죽으라 하네요"
-- 국민이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보나.

▲ 소, 돼지, 닭 등의 고기는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살다가 어린 나이에 도살된 것이다.

동물로서 제대로 누린 것이 없다.

부당하고 잔인한 일이다.

육식을 줄이면 동물들의 이런 고통도 감소한다.

-- 육식은 건강에도 해롭다고 보나.

▲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사람 본인의 건강에도 해롭다.

한국이 대장암 발생률 세계 1위인데, 이는 육식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서양 사람들과 달리, 많은 육식을 감당할만한 체질이 아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