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 동네 체육관서 유도 시작…1년 만에 전국체전 우승
무릎 부상 안고 출전한 AG…긍정적인 에너지로 유도 개인전 유일한 '금메달'
[아시안게임] 유도 늦깎이에서 노골드 참사 막은 전사로…영웅이 된 김하윤
유도 대표팀 여자 78㎏ 이상급 간판 김하윤(23·안산시청)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중학교 3학년 때 운동을 시작했다.

학교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동네 체육관에서 유도를 처음 접한 김하윤은 운동의 매력에 푹 빠졌고, 저변이 좁은 국내 여자 최중량급 무대에서 금세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김하윤은 유도를 접한 뒤 불과 1년 만에 전국구 선수로 발돋움했다.

부산 삼정고에 진학한 뒤 3년 내내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유도의 최대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김하윤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다른 최중량급 선수들과는 달리 다양한 기술로 경쟁력을 키웠다.

한국체대에 진학한 뒤엔 씨름의 주기술인 안다리 걸기를 완성했고, 2019년 국제유도연맹(IJF)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실력에 비해 경험이 부족했던 김하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는 같은 체급 선배인 한미진(충북도청)에게 아쉽게 밀리며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이 좌절됐다.

[아시안게임] 유도 늦깎이에서 노골드 참사 막은 전사로…영웅이 된 김하윤
그러나 김하윤은 무너지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했다.

이를 악물며 성장한 김하윤은 지난해 출전하는 국제대회마다 메달을 거머쥐며 세계 정상권 선수로 발돋움했다.

포르투갈 그랑프리 금메달을 시작으로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 동메달, 도쿄 그랜드슬램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에도 포르투갈 그랑프리, 파리 그랜드슬램 우승 등 총 4개 국제대회에서 시상대에 올랐다.

기세를 탄 김하윤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우승 후보로도 꼽혔다.

여자 최중량급은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는 취약 종목이지만, 김하윤이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감돌았다.

그러나 김하윤은 국가대표 소집을 앞두고 왼쪽 무릎을 다치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안다리 걸기가 주특기인 김하윤에게 무릎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김하윤의 소속 팀인 안산시청의 이용호 감독은 "거의 훈련하지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하윤은 극한 통증을 이겨내며 훈련을 거듭했다.

[아시안게임] 유도 늦깎이에서 노골드 참사 막은 전사로…영웅이 된 김하윤
김하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특유의 밝은 성격과 긍정적인 자세로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김하윤은 항상 주변에 웃음을 주는 선수"라며 "대표팀 분위기 메이커로서 역할도 톡톡히 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한국 유도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마지막 날인 26일 전까지 금메달을 단 한 개도 따지 못하며 사상 최초 아시안게임 노골드 수모 위기에 놓였다.

26일 경기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부진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김민종(양평시청)까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김하윤은 홀로 결승에 올랐고, '노골드'를 막아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중국의 쉬스옌과 결승에 임했다.

김하윤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을 가득 메운 중국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