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만기는 짧게…내년 금리정점에 갈아타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고금리 시대'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주요 은행의 투자 전문가들은 시장 금리가 당분간 오르다가 내년 하반기부터 천천히 떨어질 것이라며 예금 등 고금리를 보장해주는 상품에 주목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대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일단 낮은 고정금리(혼합형)를 선택하라는 쪽과 장기적으로 금리가 떨어질 테니 변동금리를 고르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갈렸다.

◇ "시장금리 내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내릴 것…고금리 길어진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긴축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시장금리가 당분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지난 19∼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올해 중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년 말 정책금리 전망치도 상향했다.

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에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시장 기대는 약화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금리가 오르다가 하반기부터 조금씩 금리가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겠지만, 시장금리는 지난 4월 이후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고금리가 1년 이상 유지되기보다는 내년 하반기부터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정섭 신한은행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도 "내년 2분기까지 앞으로 9개월 정도는 시장금리가 소폭이나마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과 미국 모두 내년 3분기쯤 정책금리가 내려가긴 하겠으나 인하의 폭이 미미해 수년간 고금리가 유지된다고 해석하는 게 합당하다"고 분석했다.

◇ "예금 만기는 일단 짧게…내년 금리 정점에 '장기 고정형' 갈아타기"

전문가들은 예금 가입을 고민하는 고객이라면 만기를 짧게 가져가라고 조언했다.

신정섭 팀장은 "만기를 1∼3개월 정도로 짧게 운용하면서 상품 조건을 수시로 따져보라"며 3개월 이하 정기예금이나 3개월 만기 전단채, 1년 이하 만기 남은 할인채, 증권사 CMA 등을 추천했다.

지난해 말 연 5%대 금리로 신규 취급된 1년 정기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해당 자금에 대한 금융권의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 올해 4분기 수신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6개월이나 1년 정기예금으로 고금리를 확보하고 추이를 지켜보라"고 권했다.

이승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역시 "예금이나 채권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소비자라면 아직은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단기금리에 대한 투자를 연장하는 방식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고정형 상품'은 금리가 정점일 내년쯤 가입하라고 권했다.

신정섭 팀장은 "최근 유행하는 만기 3∼5년 정기예금, 신종자본증권, 저축보험 등 장기 고정금리형 상품의 경우 내년 3분기 전후 시장금리가 정점을 찍는다고 판단하면 그때 갈아타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승훈 선임연구위원도 "경기둔화, 금리하락을 예상하는 시점에 투자 만기를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장기금리에 대한 투자는 금리 하락에 따른 이익이 큰 만큼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도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금리가 이미 높은 수준이고, 장기적으로는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고정형 상품 가입을 추천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남명수 NH농협은행 ALL100 자문팀 WM 전문위원은 "지금 수준 금리가 아주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가입 시 기간을 길게 하라"며 "현재 판매하고 있는 상품 중 확정금리형 방카슈랑스 상품은 5년 이상 고정금리를 유지하는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 "당분간 금리 오를 텐데 고정금리로 vs 장기적 관점서 변동금리 우선 고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나은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고정금리를 선택하라는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 상승이 예상되고, 아직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2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17∼7.099%로,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 연 3.90∼6.469%보다 높았다.

신정섭 팀장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오히려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가 낮은 상황"이라며 "굳이 변동금리를 선택할 필요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신 팀장은 "우선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향후 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그때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면 된다"며 "중도상환수수료는 통상 대출 후 3년이 지나면 면제인데, 수수료와 금리 하락에 따른 이익을 비교해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도 "대출 수요자들은 대출 시 장기 고정금리를 활용하거나, 대출을 점진적으로 상환해 이자 부담을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변동금리를 선택하라는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승희 KB국민은행 WM투자솔루션부 수석차장은 "고금리 기조가 다소 길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며 변동금리를 우선 고려해볼 것을 추천했다.

이 수석차장은 "신용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같이 대출 기간이 짧은 경우에는 변동형과 고정형 중 신청 시점에 금리가 낮은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며 "짧은 기간 안에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