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도루마 슌 정론집 '얀바루의 깊은 숲과 바다로부터'
[신간] 노동현실 생생히 담은 소설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월급사실주의2023 = 월급사실주의 동인 지음.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장강명을 비롯해 김의경, 이서수, 정진영, 지영, 최영 등 한국의 비교적 젊은 소설가 11인이 모인 문학동인이다.

이 동인의 규칙은 이렇다.

첫째, 한국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다.

비정규직, 자영업, 플랫폼노동, 프리랜서는 물론 가사, 구직, 학습도 우리 시대의 노동이다.

둘째, 당대의 현장을 다룬다.

발표 시점에서 5년 이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다.

셋째,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

판타지를 쓰지 않는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내놓은 첫 번째 작품집이다.

중산층을 꿈꾸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은 주인공들의 처절하고도 핍진한 소설들이 모였다.

정진영의 '숨바꼭질'에는 지방에서 상경해 언덕 위 빌라의 냉방도 되지 않는 골방에 살며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는 신문 편집기자가 등장한다.

차곡차곡 돈을 모으며 꿈에 조금 다가가는가 했더니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의 길이 막혀버린다.

주인공은 설상가상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나 큰 손실까지 본다.

같은 일을 겪은 직장 선배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면서 "우리처럼 별 재주 없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게 최선이야"라고 토닥인다.

소설집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서 생계의 위협에 직면해 고통받는 청춘의 이야기들이 많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청년 여성들과 장애 가족을 돌보는 노인 여성이 삼각김밥 공장에서 일하는 이야기인 '순간접착제'(김의경)나,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 직원들의 이야기인 '간장에 독'(장강명) 등이 그렇다.

노동 현실에 밀착한 작품들에서는 근래 한국 소설들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리얼리즘의 힘이 느껴진다.

동인의 좌장 격인 장강명은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라는 글에서 "나는 문학에 힘이 없는 게 아니라 힘 있는 문학이 줄어든 것 아닌가 의심한다"며 계속 치열하게 쓰겠다고 했다.

문학동네. 376쪽.
[신간] 노동현실 생생히 담은 소설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얀바루의 깊은 숲과 바다로부터 = 메도루마 슌 지음. 박지영 옮김.
일본 오키나와 출신 소설가 메도루마 슌이 2006년부터 2019년까지 발표한 정론, 즉 정치적 문제에 대한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작가는 짤막한 글들을 통해 오키나와 헤노코 신기지 건설 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들을 생생히 전한다.

독자들이 알게 되는 것은 일본 역사에 완전히 편입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오키나와에 대한 일본 본토인들의 식민지적 차별과 억압, 미군 주둔 문제 등의 모순과 부조리다.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일본 정부와 주일 미군을 상대로 끊임없이 비폭력 투쟁을 벌이는 오키나와인들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일제 강점기를 겪은 한국 독자라면 공감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일본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문제, 오키나와에 대한 폭력과 차별 등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메도루마는 장편 '물방울', '혼 불어넣기', '무지개 새', '기억의 숲' 등 국내에도 번역된 작품들을 통해 그동안 관광지로만 인식돼오던 오키나와를 새롭게 인식하게 해준 작가로 꼽힌다.

메도루마는 1997년 '물방울'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는 등 일본 문단에서도 높은 위상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은평구가 주관하는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을 받아 방한하기도 했다.

소명출판. 47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