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품들은 마치 헤어진 전 여자친구…다시는 안 봐요"
디즈니+ 야심작 '무빙' 감독 "부담감이요? 오히려 재밌었죠"
"오히려 부담감이나 불안함을 별로 못 느꼈어요.

어차피 작품이 성공할지, 망할지는 미리 알 수 없는 영역이거든요.

"
누적 조회수 2억회를 넘긴 인기 있는 원작, '톱배우'들이 총출동한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 수백억대에 달한다는 제작비까지.
디즈니+의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무빙'의 연출을 맡은 박인제 감독은 어깨가 제법 무거웠을 법하지만 "두려움보다는 재미가 컸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며 "'무빙'은 그전까지 시도해보지 못한 작품이라 특히 더 재밌었다"고 했다.

디즈니+ 야심작 '무빙' 감독 "부담감이요? 오히려 재밌었죠"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하는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박 감독은 "이번 작품 콘티북(각본을 바탕으로 필요한 모든 사항을 기록한 것)은 분량이 성경책 세 권 두께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긴 호흡의 드라마는 해본 적도 없고, 물리적으로 이렇게 많은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한 것도 처음"이라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워간 작품"이라고 돌아봤다.

총 20부작으로 제작된 '무빙'은 한 작품 안에서 여러 장르를 오간다.

초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극 초반부에서는 학원물의 풋풋함이, 국정원 출신 이미현(한효주), 김두식(조인성)의 이야기에서는 진한 멜로의 애틋함이, 초능력자 장주원(류승룡)의 에피소드에서는 누아르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디즈니+ 야심작 '무빙' 감독 "부담감이요? 오히려 재밌었죠"
박 감독은 대본의 감성과 느낌을 살리고, 빈칸이 있다면 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극 중 전개되는 모든 액션 신은 박 감독의 아이디어로 완성됐다.

박 감독은 "좋은 액션은 이야기와 캐릭터의 감정이 녹아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프랭크(류승범)가 장주원을 쫓는 원테이크 추격신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액션의 구상은 대본에 적혀있는 캐릭터의 감정에서 시작한다"며 "대본에는 '프랭크가 주원을 필사적으로 쫓아간다'라는 한 문장이지만, 연출 입장에서는 그 절박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다"고 짚었다.

멜로 장면 연출에도 박 감독의 해석이 깃들었다.

그는 초인적인 오감을 가진 이미현과 비행 능력을 갖춘 김두식의 키스 장면을 대본과는 다르게 연출했다며 "원래 대본에서 둘의 키스 장면은 유머러스하게 그려졌다"고 설명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을 때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서서히 부양하는 설정을 입혀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샤갈의 그림 중 '선물'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죠."
디즈니+ 야심작 '무빙' 감독 "부담감이요? 오히려 재밌었죠"
영화 '모비딕', '내 연애의 기억', '특별시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 등을 연출한 박 감독은 이전 작품들을 "헤어진 전 여자친구"에 비유했다.

그는 "촬영할 때는 너무나 사랑하지만 한 번 헤어지면 다시는 안 본다"고 웃어 보였다.

"본인 작품을 다시 보며 복기하는 감독들도 있지만, 저는 작품이 아무리 잘 돼도 부끄러워서 못 보겠어요.

아직 저는 배우는 입장이고,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거든요.

시청자 반응도 잘 안 보려고 하는데, '무빙'은 잘 되고 있다니 너무 좋네요.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