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 델타구역 상당 부분 침수…외신, 숙영지 상황 전해
배수펌프 설치에도 침수 목격…파행 직접원인으로 보기엔 무리
[팩트체크] 파행 잼버리 영지 배수는 과연 문제가 없었을까?
"잼버리 배수 대책에 관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텐트를 치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침수 여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국내 언론과 외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이 지적한 내용과 실제 현장은 달랐다는 것이다.

전북도 입장에서 배수 문제에 관한 지적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김 지사가 대회 파행 원인으로 지목한 화장실 위생과 부실한 음식 등은 조직위원회 책임이 더 크지만, 배수시설 설치는 전북도가 사업비를 집행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잼버리 영지 배수는 과연 문제가 없었을까?
[팩트체크] 파행 잼버리 영지 배수는 과연 문제가 없었을까?
◇ 개막식에 찾은 '델타구역' 곳곳에는 물웅덩이
새만금 세계잼버리 개막일인 지난 1일 취재진은 야영장 내 '델타구역'을 가장 먼저 찾았다.

지형이 삼각형 모양인 델타구역은 각국 대표단이 자신의 문화와 전통을 소개하고 전시·체험행사를 진행하는 장소로 이때만 해도 운영요원(IST)과 동행하지 않고 취재가 가능한 곳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델타구역은 개막 당일에도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참가자들이 보행 편의를 위해 야자 매트를 설치한 곳을 일부러 찾아다녀야 했을 정도로 바닥 상태가 엉망이었다.

[팩트체크] 파행 잼버리 영지 배수는 과연 문제가 없었을까?
무더위를 피하는 덩굴 터널 입구에도 물이 고여 있었고, 기념품 판매점 앞에는 못을 연상케 할 정도로 널따란 침수 구역이 있었다.

당시 촬영한 사진에는 열악한 현장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물론 빗물이 완전히 빠진 곳도 있었다.

편의점 앞과 반기문 마을 주변은 전날 비가 내렸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물이 괸 흔적이 없었다.

비교적 지대가 높은 곳에 조성된 도로와 잼버리 병원 인근 바닥도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다.

야영장이 있는 전북 부안군에는 잼버리 개막 전날인 지난 7월 31일 시간당 30㎜의 비가 내렸다.

전북도는 당시 보도자료를 내고 "대회 막판까지 배수로 정비에 힘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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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영지 상황은 '글쎄'…외신·SNS는 침수 전해
델타구역과 달리 실제 스카우트 대원들이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숙영지 내부는 언론 출입이 첫날부터 엄격히 통제됐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청소년인 대원들과 취재진이 일대일로 접촉할 수는 없다면서 생활 공간까지는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숙영지 침수를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영국 가디언은 당시 잼버리 참가자 증언을 통해 현장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도했다.

스웨덴의 한 스카우트 부대장 모아 매너스트롬(23)은 지난 3일 야영장에 도착했다면서 "계획보다 하루 늦게 도착했는데 캠프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고 폭우가 쏟아져 물이 빠져나갈 곳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일기에 적었다.

그는 "우리는 비가 오면 침수되는 레드 존에 있어서 텐트를 쳐야 할지 말지 혼란스러웠다"며 "(태풍으로 철수가 결정되고) 야영지를 떠나 휴식다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고 썼다.

[팩트체크] 파행 잼버리 영지 배수는 과연 문제가 없었을까?
SNS상에도 잼버리 야영장 침수와 관련한 글이 여럿 게시됐다.

유럽 국가 스카우트 참가자가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에는 물 위에 떠 있는 팔레트에 텐트를 치는 장면과 발목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며 손수레를 이끄는 모습이 담겼다.

야영장 침수를 희화화한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도 속속 게시됐는데, 마찬가지로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팔레트를 풍자한 사진이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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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뻘밭 메운 야영지…배수로·펌프 설치했지만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는 지난해 연말 매립 공사를 마치고도 집중호우에 여러 차례 침수됐다.

애초 농업용지여서 물을 가두려고 평평하게 조성한 탓에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았다.

전북도와 농어촌공사는 대회를 앞두고 30억원을 들여 간이펌프장 100개소와 30m×40m 간격 내부 배수로를 설치했다.

공사는 7월 말 끝났지만, 실제 배수가 원활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관영 도지사는 잼버리 기간에 대원들과 함께 숙영지에 텐트를 치고 생활했으므로 내부 사정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하는 야영지 상태를 매일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구역 침수는 알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팩트체크] 파행 잼버리 영지 배수는 과연 문제가 없었을까?
김 지사는 "소나기가 오고 기존 배수로에 있는 물은 다 빠졌다"면서도 "영지 안에 많은 물건을 배달하다 보니 트럭들의 큰 바퀴 자국이 남아 배수와 관계없이 물이 차 있었다"고 설명했다.

태풍 '카눈' 영향으로 야영장이 물에 잠긴 것에 대해서는 "(대원들이) 영지를 떠났기 때문에 배수펌프를 가동하지 않아서 물이 고인 것처럼 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도는 잼버리 파행 원인을 지역에만 묻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천171억원의 사업비 중 870억원을 조직위가 집행했는데 265억원을 쓴 전북도가 모든 책임을 짊어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전북도 말대로 배수 대책을 이번 잼버리 파행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배수에 문제가 없었다고 하기에는 침수를 목격하거나 경험한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팩트체크] 파행 잼버리 영지 배수는 과연 문제가 없었을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