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외이사들에 한경연 회원자격 승계 현안 설명…LG도 절차 고민
22일 전경련 총회 전 '입장 정리' 가능성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논의 중인 가운데 과거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 중 나머지 3개 그룹도 삼성의 행보를 주시하며 관련 검토에 나섰다.

'전경련 재가입' 삼성 준감위에 쏠린 눈…4대그룹 검토 본격화
16일 재계에 따르면 준감위 논의를 거치고 있는 삼성을 비롯해 SK, 현대차, LG도 전경련의 후신으로 곧 출범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원사로 합류할지를 두고 내부 검토를 시작했거나 적절한 논의 절차를 마련해 진행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2일 예정된 전경련 총회에서는 전경련의 명칭을 한경협으로 바꾸고,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하는 정관 변경안이 처리된다.

4대 그룹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전경련을 탈퇴했으나 한경연에는 일부 계열사가 명목상 회원으로 남아 있다.

4대 그룹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한경연 해산과 함께 회원사 자격이 새로 출범하는 한경협으로 자동 승계된다.

4대 그룹의 한경연 회원사는 삼성 5곳(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SK 4곳(SK㈜,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 현대차 5곳(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 2곳(㈜LG·LG전자)이다.

회비 납부 등 적극적인 활동 없이 한경협으로 회원 자격이 자동 이관된다는 것만으로 4대 그룹이 한경협에 실질적으로 가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재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다음 주로 다가온 전경련 총회 전까지 각 그룹이 한경협 회원 자격 승계에 대한 입장을 정할 가능성은 있다.

'전경련 재가입' 삼성 준감위에 쏠린 눈…4대그룹 검토 본격화
SK그룹 소속 4개 계열사는 최근 사외이사들에게 한경연 해산 이후 회원 자격 이관에 관한 내부 검토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설명 절차를 진행했고,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도 조만간 유사한 자리를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회원 자격 이관이나 한경협 가입에 대한 가부를 결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현재 그룹과 해당 계열사에서 진행 중인 검토 상황을 공유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경연 회원 자격이 한경협으로 이관되는 형식이더라도 4대 그룹이 과거 전경련 시절처럼 회비를 내고 직책을 맡는 등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별도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경협이 사회적 기대치에 부합하고 공감대를 끌어내는지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도 한경연 회원 자격 자동 승계에 대한 논의 절차를 두고 고민 중이다.

22일 전경련 총회 전 이사회를 열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역시 삼성 준감위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 준감위는 임시회의를 열어 전경련 재가입(한경협 가입) 여부를 논의했으나 위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18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삼성이 한경협 가입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경우 나머지 3개 그룹도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한경협 가입을 두고 삼성에 관심이 집중되는 탓에 쉽게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의 결정에 따라 나머지 그룹도 전경련 복귀 여부를 결정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오히려 삼성의 부담이 커졌다"며 "자칫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삼성 탓으로 돌아올 수 있어 삼성 준감위도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그룹이 형식상으로라도 한경협에 합류하면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들과 함께 전경련을 탈퇴한 포스코 등 다른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할지를 두고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