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에서 솔직한 표정 드러나…마지막 인사는 애드리브"
구교환 "'D.P.' 한호열, 나를 더 많은 시청자에게 소개해줘"
"(한)호열이가 정말 힘들겠다, 유머 뒤에 숨어 있구나, 싶었어요.

애써 참는 것보다 우는 것도 때로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최근 시즌2가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에서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 소속 병사 한호열을 연기한 배우 구교환은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소회를 털어놨다.

구교환은 'D.P.' 시리즈에서 가장 특이한 인물이 누군지 묻는 말에 잠깐의 고민 끝에 자신이 연기한 호열을 꼽았다.

그러면서 밝은 모습만 있는 것 같던 호열이 시즌2에서 괴로워하고 눈물짓는 장면을 언급했다.

구교환은 '육교는 흔들려야 부러지지 않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호열은 중반부까지 너무 흔들림 없는 사람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그래서 후반부에 호열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구교환이 인용한 말은 그가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단편영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5)에 등장한 대사다.

호열이 부러지지 않고 흔들리고 괴로워하며 버텨낸 데 따른 안도감이 묻어나는 대답이다.

구교환 "'D.P.' 한호열, 나를 더 많은 시청자에게 소개해줘"
'D.P.' 시리즈에서 호열은 안준호(정해인 분)의 든든한 파트너이자 선임병이다.

탈영병을 쫓는 과정에서 준호가 군대의 부조리함을 목격하고 정의감과 무력감을 오가며 괴로워하는 인물이라면, 호열은 말솜씨와 친화력으로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장난기 가득한 인물이다.

그런 호열이 시즌2에서는 위기를 겪는다.

이전 시즌에서 조석봉(조현철) 일병 사건으로 큰 충격에 빠진 호열은 그 후유증 때문인지 목소리를 잃고 글로 대화한다.

호열은 총기 난사 후 탈영한 김루리(문상훈) 일병의 사건에 투입되지만, 루리를 꼭 살리라는 상관의 말에 '뭘 할 수 있는데' 라며 무력하게 고개를 떨군다.

구교환은 "호열의 가장 큰 능력은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호열이 말을 잃은 것은 그만큼 극한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호열은 시즌2에서 여러 차례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

루리가 살아서 체포되는 장면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자신이 뒤쫓던 탈영병 장성민(배나라)이 숨진 채 발견되자 조용히 눈물짓는 모습도 보인다.

구교환은 "호열이 시즌2에서 직관적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표정을 드러낸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다만 호열은 여백이 있을 때 더 좋은 인물인 것 같아서 감상적으로 변하지는 말자고 생각하고 표정을 너무 많이 드러내지는 않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제대한 호열이 준호와 버스 터미널에서 헤어지면서 건네는 마지막 대사 "또 봐"는 구교환의 애드리브였다고 한다.

구교환은 그 대사의 의미를 "또 못 볼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다"며 "사실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교환 "'D.P.' 한호열, 나를 더 많은 시청자에게 소개해줘"
'D.P.' 시리즈는 군대의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사회적으로도 반향이 일었다.

그런 'D.P.' 시리즈가 어떤 메시지를 담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구교환은 "준호의 미소를 보여주는 것이 이 드라마의 의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오프닝에도 한 사람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듯한 연출이 있어요.

준호가 호열을 비롯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결국 드라마의 끝에 이르러서는 미소를 짓게 돼요.

오프닝과 엔딩에서 준호의 표정이 바뀌어 있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것만으로도 해야 할 이야기를 다 했다고 생각해요.

"
구교환의 말처럼 드라마의 오프닝은 한 남자의 어린 시절 사진들을 보여주고, 이어 군에 입대한 병사들이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주인공 안준호 홀로 고개 들어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았다.

반면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준호는 옛 선임을 만나 환하게 미소 짓는다.

구교환 "'D.P.' 한호열, 나를 더 많은 시청자에게 소개해줘"
구교환은 2008년 단편영화 '아이들'로 데뷔한 이래 여러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렸고, 여러 단편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그는 특히 2021년 출연한 'D.P.' 시즌1로 백상예술대상 남자 신인 연기상을 받는 등 본격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구교환은 "저는 모든 작품을 제 대표작이라 생각한다"며 "저의 대표작을 정하는 건 관객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호열을 엄청나게 사랑한다"며 "좀 더 많은 시청자에게 저를 소개해주고 저를 친밀하게 만들어줬다"고 덧붙였다.

구교환이 출연한 '탈주' '왕을 찾아서' '부활남' 등의 영화는 앞으로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들은 촬영을 마쳤거나 현재 촬영을 진행 중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 계획을 묻자 구교환은 "직접 연출하고 출연하는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기도 해서 작품을 만들 생각"이라며 "기대해달라"고 웃어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