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추측·루머 진압 위해 '연착륙' 선택…사건 종결 아냐"
"中, 친강 운명 결정 못한듯…혼란 피해 외교부장서 우선 해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중국 공산당이 아직 면직된 친강 전 외교부장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산당 지도부 내 혼란을 피하고 외교정책의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외교부장에서 해임하는 방식으로 친강 문제에 대한 '연착륙'을 선택했지만, 여전히 많은 모호함이 남은 것은 아직 친강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미국 버크넬대 중국연구소 즈췬주 소장은 "친강을 외교부장에서 해임한 것은 그의 부재에 대해 퍼져나가는 추측과 루머를 진압하기 위한 것이지, 사건을 종결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친강은 아직 국무위원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일 것이라고 봤다.

이어 친강을 해임하고 후임 외교부장으로 다시 전임자이자 상급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원 겸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을 앉힌 것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바쁜 외교 시즌을 앞두고 중국 외교 정책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련한 외교관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친강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총애하는 후배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만일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다면 친강의 몰락은 시 주석에게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국 내 안정을 유지하고 시 주석의 이미지에 먹칠이 가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당은 친강의 연착륙을 목표로 하며 이번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25일 제4차 회의를 열어 표결로 친강의 해임을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친강이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지 한달 만에 설명도 없이 그를 해임한 것이다.

전인대 상무위는 통상 2개월 전에 개최가 예정되고 짝수 달 말에 열려왔지만, 이번에는 불과 하루 전에 개최가 통보되고 홀수 달에 개최돼 사안의 급박성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런 상황에서 친강이 부총리급인 국무위원(총 5명)과 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총 205명) 자리는 아직 유지하고 있어 의문을 키우고 있다.

또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는 친강의 면직 직후 그에 대한 모든 기록이 삭제됐다가 28일 일부가 다시 복원됐다.

엄격한 검열이 이뤄지는 중국 인터넷에서도 친강과 관련 루머가 별 제지 없이 퍼져나가고 있는 점도 의아한 대목이다.

홍콩침례대 왕샹웨이 교수는 중국 당국의 지금까지 조치를 봤을 때 친강 거취 처리에 대한 최종 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 주석이 아직 친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그들이 여전히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고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미지는 이미 손상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통의 측면에서 중국 정부의 대응은 매우 문제가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시대에는 설명을 제공하지 않으면 루머를 키울 뿐"이라며 "한 달 이상 설명되지 않은 (친강의) 부재는 역효과를 낳고 터무니가 없다"고 꼬집었다.

킹스칼리지런던대 케리 브라운 교수는 중국이 친강 문제를 다루면서 결단력과 예측력 부족을 드러내 자국의 평판을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강 문제가 밝힐 수 없는 건강 문제나 정부를 당황하게 하는 비위로, 생각보다는 중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시진핑 지도부에 대해 아는 한가지는 그들이 진정 '얼굴'을 사랑한다는 것"이라며 "만일 얼굴을 보호하는 문제라면 그들은 가장 놀라운 일을 할 것이고 나는 지금 그들이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주미 중국대사로 임명된 지 17개월만에 외교부장으로 발탁되며 초고속 승진한 친강이 그간 중국의 '얼굴'로 널리 인식돼왔다는 설명이다.

미국 시카고대 정치 전문가 다리 양 교수는 친강의 해임은 세대교체를 계획한 중국 지도부에 큰 타격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리에 대한 엄격한 검증 작업을 한다고 내세우는 중국 당국에 친강이 7개월 만에 외교부장에서 해임된 것은 뭔가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친강이 아직 국무위원직을 유지하는 것은 당 관리들과 대중에 더 큰 충격이 가해질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짚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국무위원에서도 쫓겨나면 더 많은 의혹이 제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PI)의 닐 토머스는 중국 정치 체계의 불투명성으로 어떠한 정치적 신호도 해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강의 부재로 인한 최대 파장은 중국의 정치 체계와 외교 메시지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더 훼손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