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국방성→합참→김여정→합참→김여정' 반박에 재반박
전승절·훈련일정 의식해 도발명분 쌓기?…국제여론전 시도도
위성 실패로 체면 구긴 北, 美정찰기 카드로 분위기 반전 노리나
북한이 미군의 정찰 활동을 비난하는 담화를 이틀 새 연달아 3번이나 발표하며 한반도 위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엔 이달 말 북한이 크게 기념하는 정전협정일(전승절)을 앞두고 하계훈련에 돌입한 상황에서 내달 한미연합훈련을 의식해 본격적인 도발 명분 쌓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주 대규모 국제회의 일정이 여럿 잡혀있는 터라 국제 여론전에서 미리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시도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북한은 국방성 대변인이 10일 담화를 통해 미국 전략정찰기가 공중 정탐행위를 통해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격추 위협을 가했고, 이날 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미군 정찰기가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다음날인 11일 또 담화를 발표하고 미군 정찰기가 북한 경제수역 상공을 무단 침범했다며 "나는 위임에 따라 우리 군의 대응 행동을 이미 예고했다"고 격추 위협을 상기시켰다.

북한이 무해통항권이 인정되는 '배타적경제수역(EEZ) 침범'을 내세우며 미군의 정찰활동에 각을 세우는 것은 추후 도발을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정찰위성 발사가 실패한 뒤로 비교적 잠잠한 분위기였는데 이런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위성 실패로 체면 구긴 北, 美정찰기 카드로 분위기 반전 노리나
올해 들어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던 김 위원장은 정찰위성 발사사업 위주로 공개 활동을 펼쳤는데, 위성발사가 5월 말 실패로 돌아가자 공개활동을 삼가며 '자숙모드'에 들어갔다.

위성 발사 실패 책임자를 질타한 지난달 전원회의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육성연설을 하지 않으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미 정찰활동 트집잡기는 이처럼 침체한 상황에서 반미 감정을 고조시키고 도발 명분을 쌓으면서 분위기 반전을 끌어내려는 시도로 읽힌다는 것이다.

여기엔 결정적으로 국내외 군사·정치적 일정이 딱 맞아떨어진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기는 북한이 6월 25일부터 전승절로 칭하는 정전협정체결일인 7월 27일까지 한 달간을 '반미공동투쟁월간'으로 설정한 기간이다.

여기에다 이번 전승절은 70주년으로 북한이 중요하게 기념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에 해당해 행사 의미를 최대한 키울 개연성이 크다.

북한은 이미 이달부터 하계 군사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고 다음 달은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돼있다.

이에 미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담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그 책임을 미국에 전적으로 돌림으로써 향후 혹시 모를 도발에 대비해 미리 명분을 축적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달 북한이 하계훈련에 돌입하고 내달은 한미연합훈련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당성이나 명분을 충분히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우려스러운 것은 단순히 북한의 말로만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봤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사실 정찰활동은 이번만 있었던 게 아니라 계속 정기적으로 했던 것인데 굳이 이 시기에 문제 삼는다는 것은 이를 빌미로 미국에 도발해서 얻으려고 하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 도발이) 예고 이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주 대규모 국제회의 일정을 의식해 자신들의 주장을 적극 개진하는 여론전을 펼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11~12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13~14일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잡혀있다.

안보 이슈가 논의되는 나토 무대에서 한반도 사안을 부각하는 한편 최근 미국과 중국의 해빙 분위기를 경계하며 중국에 재차 '신냉전 구도'를 주입하며 신호를 보내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위성 실패로 체면 구긴 北, 美정찰기 카드로 분위기 반전 노리나
한편으로는 김 부부장이 우리 군의 입장문에 일일이 대응하며 연거푸 담화를 낸 것은 이례적으로, 실패한 북한의 정찰위성 수준을 낮게 평가한 우리 군에 대한 불쾌감을 표출했을 개연성도 있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12월 북한 정찰위성 수준에 대해 '조악한 수준'이라는 우리 전문가 평가에 대해서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적이 있다.

홍 실장은 "군사정찰위성에 대한 폄하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는 기분이 나빴을 것이고 김여정 같이 자기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 같은 경우는 더더욱 불쾌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군의 정찰자산이 들어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으면서 일종의 '자기 화풀이'를 하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