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약탕기만 바꾸고 약은 바꾸지 않은 것으로 여겨"
주미 중국대사 "디커플링-디리스킹, 차이 없다고 느껴"(종합)
셰펑 신임 주미 중국대사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공급망 등 디커플링(분리)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새롭게 제시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개념에 대해 "중국인들은 둘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고 평가했다.

주미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셰 대사는 7일(미국 현지시간)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행사 연설에서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에 대해 중국인들은 "약탕기만 바꾸고 약은 바꾸지 않은 것으로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무엇이 위험이며, 위험은 어디에 있고, 또 어떻게 제거하는가"라며 "중국 일반인들은 (미국이) '위험 제거'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디커플링'을 하려는 것으로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의 안보는 다른 나라의 안보 불안을 기반으로 할 수 없으며 한 나라의 산업망 안정은 글로벌 산업망의 불안정을 기반으로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1천300여 개 중국 단체(기업과 연구소 포함)를 각종 규제·제재 명단에 포함하고, 고율 관세 부과, 수출 통제, 투자 심사 등의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데 무역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산업전쟁과 과학기술 전쟁을 벌이는 것이 정말로 미국을 더 안전하게 할 수 있으며, 과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셰 대사는 또 "가장 큰 위험 요인인 대만 문제를 제대로 관리·통제하는 것이 (미중 관계의) 급선무"라며 "대만 당국이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는 것과, 미국 일부 인사가 '대만으로 중국 제압'을 떠들어대는 것이야말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셰 대사는 "지금 가장 근본적인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김없이 견지하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중·미 3개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을 '행동'으로 엄수하는 것이며, 가장 긴급한 것은 '대만 독립'의 모험과 도발에 '언행일치'로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세계는 혼란스럽고 중·미 관계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하락을 멈추고 올바른 공생의 길을 찾을지, 더 하락하며 충돌과 대항의 심연으로 빠져들지, 우리는 다시 한번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셰 대사는 자신이 부임 이후 2주간 접촉한 미국 각계 인사로부터 가장 많이 청취한 우려는 미중이 충돌과 대항으로 빠져드는 데 대한 것이었고, 가장 바라는 바는 미중 관계의 하락 중단과 안정화였다며 "세계가 좋아지려면 중·미관계는 더 이상 나빠져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지낸 셰펑은 작년 말 이임한 친강 현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후임 주미대사로 지난달 23일 부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