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내일 긴급회의를 열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탈퇴 문제를 논의한다는 소식이다. 탈퇴야 자유지만 탈퇴 카드를 꺼내 든 과정이 적반하장이라는 말도 모자랄 만큼 비이성적이다. 산하 금속노련 간부 체포 과정에서 경찰이 플라스틱 경찰봉을 사용한 게 ‘폭력 진압’이라며 제 딴에 반격이라고 내놓은 카드여서다. 불법 망루를 세운 뒤 고공농성을 벌이면서 영장 집행을 거부해놓고 ‘노조 탄압’ 운운하니, 누가 동의하겠나. 농성자는 큰 정글도(刀)와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의자를 던지는 등 공권력에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 최소한의 물리력으로 불법을 제압한 공권력 행사를 ‘선전포고’로 규정하는 그 기막힌 독선에 할 말을 잃는다.

한노총은 노사 간 대화창구가 닫히는 부담을 정부가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겠지만 오판이다. 민주노총이 불참 중인 상황에서 한노총까지 탈퇴하면 경사노위는 식물기구가 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경사노위가 노동계 철면피 행각에 면죄부를 주는 기구로 전락하며 경사노위 무용론과 해체론이 등장한 지 오래다. 중단과 해체가 현실화할 경우 불감청 고소원이라 생각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경사노위는 온갖 편법을 동원한 친노조 편향 운영으로 ‘사회적 타협기구’라는 허명마저 퇴색한 상태다. 지난 정부에서 해고자의 노조활동 보장,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등 무리한 친노동 정책이 경사노위를 통해 제도화한 반면 사측 요구는 철저히 무시됐다. 거의 모든 나라가 허용 중인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은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가 의제화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영계 우려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공익·정부 위원이 합심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일방 의결해 사회적 합의 기구라는 정체성마저 훼손됐다.

한노총이 탈퇴 카드를 꺼내 든 목적은 불 보듯 뻔하다. 자신들의 특권을 옥죄어 오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무산시키고 기득권적 이해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거대 노조의 비상식에 굴하지 말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핵심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