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생물다양성의 날…밀렵·농약에 사라지는 야생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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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국내서 수거한 불법 사냥도구 3만5천개
농약 고의 살포에 조류 2천마리 폐사…기후변화도 위협
유엔 총장 "100만종 멸종위기…자연과의 전쟁 멈춰야" 2015년 1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흰꼬리수리가 찾아왔다.
태어나 처음 맞는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로 내려왔을 어린 개체였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오른쪽 날개 척골 부근에 박힌 총알이 확인됐다.
밀렵의 흔적이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흰꼬리수리는 11개월간 구조센터에서 재활을 받은 끝에 자연으로 돌아갔다.
돌아간 줄 알았다.
3개월 동안 위치추적장치(GPS)를 통해 보내오던 흰꼬리수리 신호가 멈춰 섰다.
그리고 신호가 멈춘 곳에는 다시 한번 총을 맞고 날지 못하는 흰꼬리수리가 있었다.
의료진은 흰꼬리수리를 안락사시키지 않고 날개를 절단하기로 했다.
그렇게 흰꼬리수리는 '알비'라는 이름을 갖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밀렵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 동물로서 원하지 않았던 제2의 '조생'을 살게 됐다.
알비의 사례에서 보듯 한국에서도 밀렵은 현재진행형이다.
밀렵은 주로 잘못된 보신 문화와 반려동물 밀거래, 공예품 원료 공급 때문에 행해진다.
지느러미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류와 상아보다 귀한 부리를 지녔다는 이유로 죽어 나간 코뿔새류가 대표적이다.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인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수거된 창애·올무·뱀 그물 등 불법 엽구(사냥할 때 쓰이는 도구)는 3만5천121개였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8천209개에서 2019년 8천545개, 2020년 7천633개, 2021년 5천186개, 작년 5천548개로 감소하긴 했다.
지방(유역)환경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상시로 밀렵을 감시·단속하고 있지만 근절되진 않고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신다혜 재활관리사는 "밀렵으로 야생동물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무와 창애 등 덫의 경우 일반인도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잦은 사고가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밀렵뿐 아니라 농약도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에 남은 유일한 고양잇과 맹수 삵은 전국에 널리 분포했으나 1960년대 쥐잡기 운동 과정에서 개체수가 줄었다.
농약에 중독된 쥐를 먹은 탓에 2차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야생동물을 살해하려는 목적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충남 청양군에서는 독수리 11마리와 가창오리 51마리가 집단으로 농약에 중독돼 폐사하는 일이 있었다.
최근 5년간 누군가 고의로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농약에 죽은 야생조류는 2천93마리였다.
야생조류는 먹이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물과 땅에 남아 있는 농약을 미량 섭취하게 되지만 폐사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중에는 음독 사건에 여러 차례 쓰여 2015년부터 사용을 금지한 '메소밀', 높은 잔류성과 생물농축 특성 때문에 2012년 잔류성유기오염물질에 관한 스톡홀름 협약에서 생산할 수 없게 된 '엔도설판'에 중독된 경우도 있었다.
서식지 파괴도 심화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 '지구생명보고서 2022'에 따르면 전체 산림 가운데 이미 사라진 곳이 17%,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 17%다.
이제는 기후변화도 문제다.
지구 표면온도가 1.5도 상승하면 난류성 산호의 70∼90%, 2도 상승하면 99% 이상 사라질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렇듯 인간에 의해 줄어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작년 12월 캐나다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지구의 30%를 보호지역으로 만들고, 이미 황폐화한 땅과 바다의 30%를 복원한다는 목표가 담긴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가 채택됐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환경부는 팔공산도립공원을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립공원연구원 자연자원조사에 따르면 팔공산도립공원은 면적이 90.42㎢이며 동식물 3천358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특히 붉은박쥐·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매·삵·담비·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원앙·황조롱이·소쩍새 등 천연기념물이 분포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최근 흑산공항 예정 부지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 예리 일원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제외하고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조건부로 동의하는 등 서식지 파괴 움직임도 여전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올린 메시지에서 "우리가 마시는 공기, 먹는 음식, 때는 연료는 전적으로 건강한 생태계에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우리는 지구 곳곳을 파괴하고 있으며 100만종이 멸종 위험에 처해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자연과의 전쟁을 멈춰야 한다"라며 "이제는 작년 GBF에서 합의한 내용을 실천으로 옮길 때다.
반드시 지속 가능한 생산·소비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농약 고의 살포에 조류 2천마리 폐사…기후변화도 위협
유엔 총장 "100만종 멸종위기…자연과의 전쟁 멈춰야" 2015년 1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흰꼬리수리가 찾아왔다.
태어나 처음 맞는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로 내려왔을 어린 개체였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오른쪽 날개 척골 부근에 박힌 총알이 확인됐다.
밀렵의 흔적이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흰꼬리수리는 11개월간 구조센터에서 재활을 받은 끝에 자연으로 돌아갔다.
돌아간 줄 알았다.
3개월 동안 위치추적장치(GPS)를 통해 보내오던 흰꼬리수리 신호가 멈춰 섰다.
그리고 신호가 멈춘 곳에는 다시 한번 총을 맞고 날지 못하는 흰꼬리수리가 있었다.
의료진은 흰꼬리수리를 안락사시키지 않고 날개를 절단하기로 했다.
그렇게 흰꼬리수리는 '알비'라는 이름을 갖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밀렵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 동물로서 원하지 않았던 제2의 '조생'을 살게 됐다.
알비의 사례에서 보듯 한국에서도 밀렵은 현재진행형이다.
밀렵은 주로 잘못된 보신 문화와 반려동물 밀거래, 공예품 원료 공급 때문에 행해진다.
지느러미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류와 상아보다 귀한 부리를 지녔다는 이유로 죽어 나간 코뿔새류가 대표적이다.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인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수거된 창애·올무·뱀 그물 등 불법 엽구(사냥할 때 쓰이는 도구)는 3만5천121개였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8천209개에서 2019년 8천545개, 2020년 7천633개, 2021년 5천186개, 작년 5천548개로 감소하긴 했다.
지방(유역)환경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상시로 밀렵을 감시·단속하고 있지만 근절되진 않고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신다혜 재활관리사는 "밀렵으로 야생동물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무와 창애 등 덫의 경우 일반인도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잦은 사고가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밀렵뿐 아니라 농약도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에 남은 유일한 고양잇과 맹수 삵은 전국에 널리 분포했으나 1960년대 쥐잡기 운동 과정에서 개체수가 줄었다.
농약에 중독된 쥐를 먹은 탓에 2차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야생동물을 살해하려는 목적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충남 청양군에서는 독수리 11마리와 가창오리 51마리가 집단으로 농약에 중독돼 폐사하는 일이 있었다.
최근 5년간 누군가 고의로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농약에 죽은 야생조류는 2천93마리였다.
야생조류는 먹이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물과 땅에 남아 있는 농약을 미량 섭취하게 되지만 폐사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중에는 음독 사건에 여러 차례 쓰여 2015년부터 사용을 금지한 '메소밀', 높은 잔류성과 생물농축 특성 때문에 2012년 잔류성유기오염물질에 관한 스톡홀름 협약에서 생산할 수 없게 된 '엔도설판'에 중독된 경우도 있었다.
서식지 파괴도 심화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 '지구생명보고서 2022'에 따르면 전체 산림 가운데 이미 사라진 곳이 17%,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 17%다.
이제는 기후변화도 문제다.
지구 표면온도가 1.5도 상승하면 난류성 산호의 70∼90%, 2도 상승하면 99% 이상 사라질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렇듯 인간에 의해 줄어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작년 12월 캐나다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지구의 30%를 보호지역으로 만들고, 이미 황폐화한 땅과 바다의 30%를 복원한다는 목표가 담긴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가 채택됐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환경부는 팔공산도립공원을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립공원연구원 자연자원조사에 따르면 팔공산도립공원은 면적이 90.42㎢이며 동식물 3천358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특히 붉은박쥐·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매·삵·담비·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원앙·황조롱이·소쩍새 등 천연기념물이 분포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최근 흑산공항 예정 부지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 예리 일원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제외하고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조건부로 동의하는 등 서식지 파괴 움직임도 여전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올린 메시지에서 "우리가 마시는 공기, 먹는 음식, 때는 연료는 전적으로 건강한 생태계에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우리는 지구 곳곳을 파괴하고 있으며 100만종이 멸종 위험에 처해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자연과의 전쟁을 멈춰야 한다"라며 "이제는 작년 GBF에서 합의한 내용을 실천으로 옮길 때다.
반드시 지속 가능한 생산·소비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