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열린 골든 그랑프리서 2m29로 우승
'올해 첫 국제대회 우승' 우상혁 "2m37, 계속 두드리겠습니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은 2023 세이코 골든 그랑프리가 끝난 뒤 두 가지 다른 감정에 휩싸였다.

'순위 경쟁'을 이겨내고 올해 처음으로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건 기뻤지만, 2m29의 기록에는 만족할 수 없었다.

우상혁은 21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9를 넘어 우승한 뒤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두 번의 국제대회에서 2등(아시아실내선수권대회, 도하 다이아몬드리그)만 했는데 오늘은 1위를 했다.

기분 좋다"며 "오늘 2m32를 세 번 시도했는데 미세한 차이로 넘지 못했다.

오늘 넘지 못한 2m32를 다음에는 꼭 넘고, 2m37의 한국 신기록(현 기록은 우상혁이 보유한 실내 2m36·실외 2m35)에 계속 도전하겠다.

계속 두드리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상혁은 2m15를 패스한 뒤 2m20을 1차 시기에서 가볍게 넘었다.

2m25도 패스한 그는 2m29를 1차 시기에서 넘었다.

2m29가 끝난 뒤 남은 점퍼는 우상혁과 조엘 바덴(호주), 단 두 명이었다.

우상혁이 단 두 번의 점프로 2m20과 2m29를 넘은 것과 달리 바덴은 2m25와 2m29를 모두 2차 시기에서 넘었다.

우상혁은 2m32에 도전해 1∼3차 시기에서 모두 바를 건드렸다.

바덴은 2m29에 성공한 뒤, 바를 2m32가 아닌 2m35로 높여 개인 최고 기록(2m35) 경신에 도전했지만 1∼3차 시기 모두 실패했고, 우상혁의 우승이 확정됐다.

'올해 첫 국제대회 우승' 우상혁 "2m37, 계속 두드리겠습니다"
김도균 코치는 "기록은 아쉬웠지만, 과정은 좋았다.

2m32 시도도 아쉽게 실패했다"며 "최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일본에 건너온 뒤에는 훈련과 회복을 병행했다.

2m15와 2m25를 패스한 것도 '시도 횟수'를 줄여 우상혁의 체력을 아끼려는 전략이었다.

100% 몸 상태가 아닌데도 2m29를 넘은 건 올 시즌 전체를 봤을 때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우상혁은 지난 6일 카타르 도하에서 다이아몬드리그(2m27)를 치르고 곧바로 귀국해 9일 예천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2m32)에 출전했다.

그리고 일본으로 이동해 회복과 훈련을 병행하며 골든 그랑프리를 준비했다.

코치는 선수를 감쌌지만, 우상혁 자신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선수의 능력"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우상혁은 "나는 경기에 출전하는 걸 좋아한다.

오늘도 재밌게 경기를 치렀다"며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더 큰 대회는 당연히 더 좋은 몸 상태로 치르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때도 변수가 있을 수 있다.

100% 몸 상태가 아니어도 기복 없이 경기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첫 국제대회 우승' 우상혁 "2m37, 계속 두드리겠습니다"
100% 몸 상태가 아니어도 우상혁은 한국 육상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세계육상연맹이 '콘티넨털 투어 골드 등급'으로 분류한 권위 있는 대회인 골든 그랑프리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건 우상혁이 처음이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트랙&필드 사상 최고인 4위(2m35),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m34), 2022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우승(2m33), 2022 유진 실외 세계선수권 2위(2m35) 등 한국 육상의 새 이정표를 여러 개 세운 우상혁은 요코하마에서도 '최초 기록'을 작성했다.

또한, 어디를 가도 '주목할 선수'로 꼽히는 선수라는 걸 확인하는 기분 좋은 경험도 했다.

세계육상연맹과 함께 골든 그랑프리를 주최한 일본육상연맹은 2022 유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 챔피언 프레드 컬리(미국), 여자 창던지기 금메달리스트 켈시-리 바버(호주)와 함께 우상혁을 대회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우상혁은 "모든 선수가 응원을 받으면 더 잘하고 싶어 한다.

나도 그렇다"며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많은 분이 응원해주시고, 관심도 보이셨다"며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고 했다.

이제 그는 '더 나은 기록'을 목표로 6월 3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리그를 준비한다.

피렌체 다이아몬드리그에서도 우상혁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