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독립 호소했던 '파리장서' 104년 만에 프랑스에 공식 전달

'장석영 선생 초안 작성·유학자 137명 서명한 독립청원서'

"지금 천하에 사람은 모두 평등하고 나라는 모두 자주인데, 어찌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자립을 얻지 못하고 다른 나라 사람의 압박을 받으며 처량하고 초췌하게 구렁텅이 속에서 죽어야 하겠습니까"
1919년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강화회의에서 국제 사회에 조선 독립을 호소하고자 유림을 중심으로 작성했던 파리장서가 104년 만에 공식적으로 프랑스에 전달됐다.

김재욱 경북 칠곡군수는 18일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주한 프랑스대사관을 찾아 전달식을 갖고 필립 르포르 대사에게 회당 장석영 선생이 작성한 파리장서 초안이 담긴 서책을 전했다.

회당 장석영 선생은 칠곡군 출신의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다.

이번 전달식은 장석영 선생의 조선 독립과 세계 평화에 대한 숭고한 뜻과 의지를 알리고 파리장서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파리장서는 1919년 장석영 선생이 초안을 작성하고 유학자 137명이 서명해 프랑스 강화회의에 전하고자 했던 독립 청원서다.

영어와 불어로 번역해 프랑스와 중국 등에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외국어 번역본을 찾지 못했고 프랑스에서도 공식적으로 받았다는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칠곡군은 전통 방식의 서책에 한글, 불어, 영문 번역문과 김재욱 군수의 발간사, 파리장서와 장석영 선생을 소개하는 글을 담았다.

이날 김 군수는 필립 르포르 대사와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장석영 선생의 파리장서를 담은 서책을 프랑스 도서관에 기증할 의사를 밝혔고 혹시 존재할 수 있는 파리장서 외국어 번역본을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필립 르포르 대사는 "프랑스 도서관에 파리장서가 보존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파리 강화회의와 파리장서 정신을 계승해 세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전했다.

김 군수는 "그동안 3·1운동과 함께 대표적인 독립운동의 하나인 파리장서 운동의 핵심인 파리장서가 프랑스에 공식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장석영 선생은 국채 보상과 3.1운동은 물론 파리장서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대구교도소에서 옥고를 치렀고 건국훈장 국민장에 추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