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오빠' 이호경 감독 신작…죽음 앞둔 암 환자 사실적 묘사
암 판정부터 임종 순간까지 그대로…다큐 영화 '울지마 엄마'
"지금은 다른 치료는 안 하는 게 좋겠어요.

지금은 받아들여야 할 때예요.

"
진찰실에서 의사가 환자 김정화 씨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3개월 못 갈 수도 있어요, 지금 정도의 몸 상태라면…." 의사가 덧붙인다.

진찰실에서 나온 김 씨는 울음을 터뜨린다.

남편이 옆에서 말없이 쓰다듬어준다.

마흔도 안 돼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던 김 씨는 그날부터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할 준비에 들어간다.

아직 초등학교에도 안 들어간 아들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호경 감독의 '울지마 엄마'는 암 환자 4명이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중엔 이 감독의 누나도 있다.

이 감독은 2014년 누나가 위암 4기 판정을 받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암 환자 커뮤니티에 가입했고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에 담았다.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고 죽음까지 남아 있는 시간을 사는 것이지만, 자기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아는 암 환자는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본다.

'울지마 엄마'는 이들의 말을 들려준다.

"왜 하필 내가 이런 암에 걸렸지?" 유방암 4기 판정을 받은 30대 초등학교 교사 김현정 씨의 말이다.

"너무 욕심내며 살지 말고 그때그때 즐기면서 살 걸 그랬어요.

"
카메라는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머리를 미는 김 씨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울음을 참으려고 하는 김 씨의 볼에 눈물이 흐른다.

이 감독의 전작이 '교회오빠'(2019)란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울지마 엄마'가 기독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을 거란 선입관을 가질 수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기독교인인 암 환자가 교회에 나가 찬송을 부르거나 기도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이 작품은 종교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암 환자가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기에게 남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담히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앙상한 얼굴의 암 환자가 투병 끝에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는 게 다큐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감독은 삶과 죽음의 성찰을 담은 휴먼 다큐 영화를 제작해왔다.

'교회오빠'도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기독교인의 이야기다.

5월 17일 개봉. 76분.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