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택 전 울산지검장, 충북 영동에 33만㎡ 꿀벌목장 조성
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조직해 밀원숲 가꾸기 행사 등 펼쳐

"방치된 야산에 '꿀벌의 낙원' 밀원숲을 조성하는 건 벌과 사람 모두에게 이로운 일입니다"
"꿀벌의 낙원 만들자" 밀원숲 전도사 된 전직 검사장
충북 영동군 학산면에서 '사계절 꿀벌목장 시범단지'를 운영하는 송인택(60)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이사장은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밀원숲은 꿀벌에 다양한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나무숲이다.

송 이사장은 "아카시아꿀 채취가 끝나는 5월이나 꽃이 지는 9월 말이 되면 벌한테 설탕물을 줘서 꿀 양을 늘리는 양봉 농가가 많은데, 이런 사육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년 내내 꿀을 딸 수 있는 밀원숲을 만들어줘야 꿀벌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고, 사람들은 진짜 꿀을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산주는 밀원숲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국가 차원에선 친환경 숲을 늘려나갈 수 있으니 모두가 좋은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밀원숲 전도사를 자처하는 송 이사장은 의외의 이력을 가졌다.

그는 2019년 울산지검장을 끝으로 24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지금도 주중에는 법무법인 무영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주말에는 밀원숲을 가꾸는 활동가로 제2의 삶을 산다.

2012년 전주지검 차장검사 때 노후 준비 목적으로 양봉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틈날 때마다 꿀벌 생태 연구에 매진했고, 밀원숲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꿀벌의 낙원 만들자" 밀원숲 전도사 된 전직 검사장
2016년 고향인 대전과 인접한 영동에 야산 33만㎡(10만평)를 매입해 본격적으로 밀원숲 조성에 나섰다.

'꿀벌 목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소나무와 잣나무를 뽑아내고 꿀이 잘 나오는 피나무·오가피나무·쉬나무·아카시아·헛개나무·산벚나무·엄나무 등을 심었다.

벌의 생육과 꿀 생산량을 살펴보려고 10통의 꿀벌을 키우고 있다.

송 이사장은 "밀원숲 조성이 끝나면 5∼15년 사이 100통(350만~400만 마리) 분량의 꿀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최종 목표는 밀원이 될 나무 100억 그루 이상을 심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송 이사장이 지난해 2월 조직한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허가받은 사단법인으로, 꿀벌 생태환경 개선을 위한 밀원숲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 단체는 31일 영동 꿀벌목장 시범단지에서 박덕흠·이상민 국회의원과 정영철 영동군수, 윤화연 한국양봉협회장 등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2회 밀원숲 가꾸기 행사를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