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못 받는 흠집 과일·낙과 가공해 고급상품으로 변신
밀양 딸기6차산업 대학, 딸기 활용 과자·빵 제조법까지 교육
[이제는 6차 산업] ② 못난이 과일·낙과가 주스·쿠키로…부가가치↑
농민이 애써 키운 농산물 부가가치를 높여 농민 소득을 키우는 것이 6차 산업 핵심이다.

"케이팝 등 한류가 전 세계에서 인기가 있으니 덩달아 케이푸드 관심까지 많아졌어요.

농산물이라는 게 신선할 때 제값을 받는데,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권역 이외에는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 결국 가공해 판매하는 수밖에 없어요.

"
손재규 밀양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한류 열풍'에 빗대 농산물을 가공해 유통해야 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밀양시는 '얼음골 사과'로 유명하다.

낮과 밤 일교차가 큰 '영남 알프스'(경남 밀양시·양산시, 울산시에 걸친 높이 1천m 이상 고산지역) 산내면 일대가 주산지다.

'꿀사과'로 불릴 정도로 당도가 높다.

배용호 밀양물산 대표이사는 얼음골 사과, 딸기 등 지역 특산물을 예로 들며 6차 산업을 육성해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상품(上品)이 많이 나와야 농민 소득이 올라가는데, 얼음골 사과 생산량이 '100'이라면 농민 입장에서 제대로 된 상품은 30% 정도예요.

상품성이 없는 나머지 70%를 어떻게 가공해 판매하느냐에 따라 농민 소득이 달라지죠."
[이제는 6차 산업] ② 못난이 과일·낙과가 주스·쿠키로…부가가치↑
보기 좋고, 맛이 좋은 제철 농산물(상품)은 농민들이 어디에 팔든 제값을 받는다.

수확물 중 상품이 많을수록 농민 소득 증대를 견인한다.

밀양시와 얼음골 사과 재배 농민들은 '못난이 사과' 등 제값을 받지 못하는 사과를 가공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를 키워 소득을 늘리려 한다.

착색이 덜 됐거나 모양이 고르지 못하거나, 흠집이 난 '못난이 사과'는 당도, 육질이 상품 사과에 뒤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수확을 목전에 두고 떨어진 낙과 역시 상품성이 떨어져 애물단지가 된다.

밀양 농민들은 2∼3년 전부터 못난이 과일, 제철이 지난 사과를 사과즙이나 주스·아이스크림·과자·맥주 등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공을 거쳐 부가가치가 높아진 하품 사과가 농민 소득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밀양 농민들은 딸기 가공에도 눈을 떴다.

우리나라 딸기 시배지(始培地)로 알려진 곳이 밀양시 삼랑진읍이다.

밀양시는 1943년 삼랑진 금융조합 이사였던 고(故) 송준생 씨가 일본에서 딸기 모종 10포기를 가져와 자신의 밭에 심은 것이 우리나라 딸기 재배 시작이라고 자랑한다.

시설 하우스에서 키우는 밀양 딸기는 11월에서 이듬해 6월까지 주로 난다.

[이제는 6차 산업] ② 못난이 과일·낙과가 주스·쿠키로…부가가치↑
그러나 '끝물 딸기'로 불리는 4∼6월 수확 딸기는 무르고 단맛이 적다는 평가를 받아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밀양시는 끝물 딸기를 잼을 포함한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새로운 소비를 만들려 한다.

'밀양딸기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조성사업'의 하나로 밀양시는 2022년 상반기부터 딸기 가공식품 개발을 시작했다.

한국식품연구원, 대경대학교 학교기업 대경양조와 손을 잡고 빵, 과자, 음료에 넣을 수 있도록 딸기를 말려 가루로 만들거나 맥주 발효 과정에 딸기를 첨가하는 형태로 딸기 가공에 나섰다.

경기도에 있는 농업 벤처기업 '언임플로이드'는 올해 2월부터 딸기를 넣은 맥주 '알딸딸'을 만들어 편의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알딸딸에 들어가는 딸기는 밀양 농민들이 공급한다.

밀양시는 지난해부터 1년 단위로 딸기 6차산업 대학을 개강했다.

딸기 6차산업 대학 사무국은 전국에서 전문가를 섭외해 묘종 선택 등 기초부터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딸기재배법, 딸기를 활용한 과자, 빵 가공법, 이커머스 마케팅 등 딸기 산업 전반을 가르친다.

막 귀농 귀촌한 초보 농부부터 딸기 농사 베테랑까지 지난해 밀양 농민 100명이 이 과정을 거쳤다.

신용흔 밀양 딸기융복합사업추진단 사무국장은 "그동안 딸기 생산 철이 지나면 농민들이 별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는데, 가공용 수요가 생기면서 수확 철에 관계 없이 받고 딸기를 판매해 소득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밀양시 하남읍에서 3천500평 정도 딸기농사를 짓는 배용식 밀양딸기연구회 회장은 "기름값, 전기료, 농자재 등 모든 농사 비용이 오르는 와중에 가공 수요가 조금씩 늘면서 딸기 단가 형성에 도움을 주는 편"이라며 "농산물 가공산업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6차 산업] ② 못난이 과일·낙과가 주스·쿠키로…부가가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