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대부'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 14년 임기 끝 퇴임
사이클 종목에 대한 열정으로 '자전거 대부'라 불린 구자열(70) LS그룹 이사회 의장이 14년째 지켜온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직에서 최근 물러났다.

대한자전거연맹 측은 "구 전 회장님께서 지난달 31일 사임서를 제출하셨다"며 "정관에 따라 다음 날인 이달 1일 올해 첫 정기 이사회를 열고 이대훈 수석부회장을 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어 "상위단체인 대한체육회에 지난 8일 회장 직무대행 선출을 인준받았다"며 "차기 회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안으로 실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연맹에 따르면 구 전 회장은 재계 업무에 집중하고자 2년 전 퇴임 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 등 연맹·사이클계를 둘러싼 상황을 고려해 올해 초까지 회장으로서 구심점 역할을 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2009년 2월 제24대 대한사이클연맹 수장으로 취임한 구 전 회장은 이후 제25, 26, 27대 회장으로서 14년간 조직을 이끌었다.

연맹이 2016년 엘리트·생활체육 통합 단체인 대한자전거연맹으로 새 출범한 후에도 자전거인들의 전폭적 지지로 회장에 당선, 임기를 이어갔다.

2009년 취임사에서 구 회장은 "60년 동안 이루지 못한 사이클 올림픽 메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꿈나무 선수 육성 기반 조성과 지도자 자질 향상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실제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단에 격려금을 전달해온 그는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경륜·개인도로에 출전한 이혜진·나아름에게 포상금까지 약속하며 메달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자전거 대부'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 14년 임기 끝 퇴임
그러나 한국 사이클이 도쿄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내지 못했고, 구 회장은 그 꿈을 이룰 중한 임무를 후임에게 넘기게 됐다.

구 전 회장은 소문난 '자전거 애호가'다.

2002년 독일에서 열린 트랜스알프스 산악자전거대회에 출전한 구 전 회장은 동양인 최초로 완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트랜스 알프스란 해발 3천m대 알프스 산맥 연봉(連峰)을 18개나 넘는 고난도 랠리다.

총 650km를 6박 7일간 달려야 해 카레이싱의 파리-다카르 랠리와도 견주어진다.

골동품·희귀품을 포함해 '박물관 규모'인 300대가 넘는 자전거를 소장한 수집가이기도 하다.

이 소장품으로 2018년 국립과천과학관이 '세계 희귀자전거 총집합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황규일 연맹 사무처장은 "그간 한국 사이클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자전거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큰 힘을 보태고 물러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메달은 결국 없었지만, 아시아에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선수가 나올 정도로 (연맹을) 뒷바라지해주셨다"며 "퇴임 이후에도 자전거인들을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구 전 회장 체제에서 한국 사이클의 '기수' 이혜진이 2019년 11월과 12월 벨라루스와 홍콩에서 열린 트랙 월드컵 여자 경륜에서 각각 은메달, 금메달을 땄다.

이혜진은 이듬해 독일에서 열린 세계트랙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따내며 여자 경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바 있다.

'자전거 대부'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 14년 임기 끝 퇴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