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문체부 "초·중·고 학생 운동 선수 출석인정일수 15∼25일 확대"
현장 의견 반영해 스포츠혁신위 권고안 수정…멘토단 운영해 대면 수업 강화
'제2의 신유빈 사태 막는다'…학업·운동 병행할 개선안 발표(종합)
운동하는 학생 선수들의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이하 출석인정일수)가 올해부터 대폭 늘어난다.

학생 선수가 대회와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학교에 결석할 때 이를 출석으로 인정하는 출석인정일수가 작년보다 늘어나면 선수들은 한결 원활하게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19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스포츠혁신위원회'(이하 스포츠혁신위) 권고안을 재검토한 결과, 2023년부터 출석인정일수를 초등학교 20일, 중학교 35일, 고등학교 50일로 확대해 3월 1일부터 적용하고, 학생 선수 맞춤형 학습지원 방안을 마련해 학생 선수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출석인정일수는 지난해 초등학생 5일, 중학생 12일, 고등학생 25일에서 올해 각각 15일, 23일, 25일씩 더 많아진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지난 5일 업무보고에서 "과거 스포츠혁신위에서 드러난 탁상의 포퓰리즘을 제거하고, 현장 중심으로 스포츠 정책을 정상화하겠다"며 "학업과 운동의 병행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하는 신유빈(탁구) 선수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학생 선수의 출석인정일수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탁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린 신유빈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다가 국제 대회 출전의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 운동에 전념하고자 2020년 수원 청명중을 졸업하고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 대한항공에 입단했다.

'제2의 신유빈 사태 막는다'…학업·운동 병행할 개선안 발표(종합)
정부의 이번 방침은 학생 운동 선수의 학습권 보장 쪽으로 기울었던 기존 정책을 수정해 학습권과 운동권(진로선택권)의 조화를 꾀한 것으로 요약된다.

스포츠혁신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체육 분야 (성)폭력 등 인권 침해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출범한 민관합동 위원회다.

지난 2019년 2월부터 1년간 체육계 구조개혁을 위해 ▲ 스포츠 인권 보호 ▲ 선수육성 시스템 개선 ▲ 스포츠 공정문화 정착 등을 내용으로 모두 7차에 거쳐 52개 과제를 권고했다.

권고를 바탕으로 정부는 체육인 인권보호 기구인 스포츠 윤리센터 설립·운영, 스포츠 기본법 제정, 정규 수업 후 훈련 실시 및 훈련 시간 규정 마련, 합숙소 전면 폐지, 대입 기본사항에 교과 성적, 출결 등 반영비율 명시 등 대다수 과제를 이행했거나 현재 이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2의 신유빈 사태 막는다'…학업·운동 병행할 개선안 발표(종합)
그러나 체육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 학기 중 선수들의 주중 대회 참가 금지(출석인정일수 축소) ▲ 학기 중 주중 대회의 주말 대회 전환 ▲ 소년체육대회 개편 등 3개 권고 사항은 체육계의 반발로 이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문체부는 전했다.

그러면서 17∼19세 골프 등록 선수의 방송통신고등학교 등록 비율이 두 배나 증가한 사례를 거론하고 학생 선수들이 학업과 운동 중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이처럼 논란을 낳은 3대 권고 사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6개월 간 학부모, 학생 선수, 지도자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으며 교육부와 학생 선수 출석인정제 개선 방안을 위한 정책 연구를 거쳐 학교 현장의 의견을 청취해 정부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제2의 신유빈 사태 막는다'…학업·운동 병행할 개선안 발표(종합)
문체부는 먼저 의무 교육 단계에서는 기초학습 함양과 학교생활을 통한 전인적 성장을 보장하고, 고등학교는 진로가 결정되는 시기임을 고려해 충분한 운동 여건을 제공하는 것을 출석인정일수 확대의 기본방향으로 삼았다고 했다.

또 종목 특성상 시설 대관 문제로 주말 대회 개최가 곤란하거나 훈련 시설이 멀리 떨어져 주중 훈련 시간 확보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대회 및 훈련 참가 기회 부족으로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체부는 고등학교의 경우 전문 체육 분야 진출의 결정적 시기인 점을 고려해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2025년에는 전체 수업일수의 ⅓(63일)로 출석인정일수 확대를 목표로 하되 올해와 내년 시행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할 참이다.

'제2의 신유빈 사태 막는다'…학업·운동 병행할 개선안 발표(종합)
교육부와 문체부는 '학생선수 e-school 플랫폼'의 콘텐츠를 확충하고 운영 대상을 초등학교 학생선수로 확대해 수업 결손을 최대한 방지할 예정이다.

인성을 겸비한 선수로 커나가도록 진로상담 멘토 교사 풀을 학교급별로 확충해 전문적 상담 지원을 확대하고 관련 콘텐츠를 개발, 'e-school'을 통해 상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제공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마지막으로 주중 대회의 주말 전환은 상황에 맞춰 종목 단체 자율에 맡기고, 소년체전은 초등부와 중등부가 참가하는 현 체제를 유지하되 중장기적으로 학교 운동부와 학교 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통합 대회로 전환할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고영종 책임교육지원관은 "학생 운동 선수는 학생이면서 선수라는 두 가지 신분을 지녀 일반학생과는 다르다"며 "이들이 운동 분야 전문 직업인으로 성장하도록 학습권과 진로 선택권을 정책으로 균형 있게 보장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개선안을 설명했다.

이어 "교사와 대학생을 중심으로 구성한 멘토단의 대면 수업과 좋은 반응을 얻은 진로 상담 멘토 교사제의 지원을 확대해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최보근 문체부 체육국장은 "체육 현장에서는 e-school도 좋지만 대면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대면 수업도 늘리고 체육특기자 대입 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실질적 반영비율을 30% 이상 높이라는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에 따라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회원대학들을 대상으로 이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