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증 도용·택시 바꿔타며 환복까지…"계획 살인"
제주 유명 음식점 대표인 50대 여성을 살해한 주범이 범행 후 갈아입을 옷을 미리 준비하고, 배편을 끊을 당시 다른 사람 주민등록증까지 도용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제주에서 규모가 큰 음식점을 운영해 온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붙잡힌 50대 남성 김모씨로부터 "미리 갈아입을 옷과 신발을 챙겨갔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범행 당일인 지난 16일 제주시 오라동 범행 장소 입구 등에서 찍힌 폐쇄회로(CC)TV를 보면 모자와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김씨의 장갑 낀 한 손에는 지그재그 무늬가 그려진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고향 선배이자 피해자와 가까운 관계인 박모씨가 알려준 현관 비밀번호를 태연하게 누르고 피해자 자택에 침입한 김씨는 피해자가 귀가하자 집에 있던 둔기를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김씨는 3시간 가량 뒤 다시 종이가방을 들고 해당 주택에서 빠져나왔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종이가방에 범행 뒤 갈아입을 옷과 신발을 담아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범행 직후 갖고 나온 피해자 휴대전화를 인근 다리 밑에 던져 버리고, 택시를 타고 용담 해안도로에 내려 챙겨온 신발과 옷을 모두 갈아 입었다.

이어 다시 택시를 타고 제주동문재래시장 인근에서 하차했으며 택시 요금은 모두 현금으로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복잡한 시장 안을 10여 분간 배회하다가 대기하던 아내 이모씨의 차를 타고 제주항으로 가 차량을 완도행 배편에 싣고 제주도를 벗어났다.

특히 김씨 부부가 지난 15일과 16일 제주로 오가는 배편을 끊었을 당시 아내 이씨는 본인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했지만, 김씨의 경우 다른 사람 신분증을 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여객선 승선권 구매를 아내 이씨가 담당한 점 등으로 미뤄 이씨를 공범으로 보고 있다.

범행 이튿날인 17일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김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동선을 추적했다.

김씨 신원을 특정한 결정적인 단서는 아내 이씨의 SUV 차량이었다.

경찰은 차량 번호를 추적해 명의자를 확인하고 수사망을 좁혀 19일 거주지인 경남 양산에서 김씨 부부를 검거했다.

김씨는 살인 혐의를 인정한 상태다.

경찰은 특히 숨진 여성과 가까운 관계였던 박씨가 지난 8월부터 피해자와 금전 문제로 자주 다투고, 김씨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준 점으로 미뤄 박씨가 재산을 노리고 범행을 사주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피해자가 살해된 날 박씨는 경남 양산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김씨와 김씨 아내 이씨, 살인교사 혐의로 박씨에 대해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주범이 범행 장소 인근 다리 밑에 버린 피해자 휴대전화를 수거해 디지털포렌식을 벌이는 등 자세한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