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 분리' 검찰개혁 최종판…정권 교체 직전 서둘러
한동훈 장관,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 범위 복원

사상 첫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 2022년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검찰 조직이 갈림길에 섰던 해이기도 했다.

원내 다수당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직접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범죄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와 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는 법안을 밀어붙였다.

서둘러 이뤄진 입법은 '주먹구구'라는 비판 속에서도 정권 교체 직전 다수당의 뜻대로 성사됐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후 '한동훈 법무부'가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으로 이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2022결산] 검수완박 대 검수원복
◇ '문재인표 검찰개혁'의 급하게 찍은 마침표
'검찰개혁'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 5년을 관통한 화두였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쓴 책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정치권력은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검찰은 정치권력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자신의 권한을 적극 확대했다"고 평가한 그는 집권 후 검찰 힘빼기에 나섰다.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 등 다른 기관으로 옮겨 수사·기소를 분리한다는 구상은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첫 결과물로 구체화했다.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상실했고, 6대 범죄 중에서도 일정 액수·규모를 넘는 항목만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의 수사 역량을 제한하는 조직 개편 등 후속조치도 잇따랐다.

검찰과 야권의 반발에도 파죽지세였던 개혁은 '조국 사태' 이후 정권과 검찰의 대립은 심화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사단' 검사들을 좌천시키면서 대립을 이어갔다.

'검수완박'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뉴스의 중심에 선 것은 대선이 끝난 직후인 올해 3∼4월께다.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까지 한 달여 남은 기간에 검찰개혁을 완수한다는 시간표를 설정했다.

4월 초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옮긴 사·보임이 신호탄이 됐다.

이를 두고 여야 '공수교대'가 이뤄지기 전에 쟁점 법안을 민주당의 뜻대로 처리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지만 '처럼회' 등 강경 초선 의원들의 "검찰발 쿠데타로 개혁이 좌초될 수 있어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민형배 의원)는 당내 여론이 결국 우세해졌다.

[2022결산] 검수완박 대 검수원복
◇ 한 달도 안 걸린 '좌충우돌' 입법
촉박하게 이뤄진 입법 작업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수사개시권을 마저 박탈한다는 목표만 있을 뿐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법조계 전반에서 나왔다.

법안의 내용은 시시각각 바뀌었다.

4월 15일 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6대 범죄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삭제하는 것이었는데, 일주일 뒤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서는 부패·경제범죄 수사권을 검찰에 남겨두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미 '검수완박'이 아니게 된 법안이 이런 식으로 법사위와 안건조정위, 국회 본회의 단계까지 변화를 거듭하자 "투표를 한 의원도 정확한 법 내용을 모를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개정안은 기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조문에서 '검찰'이라는 단어를 핀셋으로 골라내듯 '사법경찰관'으로 바꾸거나 지우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렇다 보니 '경찰의 신청이 있어야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법 조항에 들어가는 등 촌극도 벌어졌다.

공청회 등 숙의 과정이 생략돼 법조계에서 부당성을 지적해온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폐지' 같은 대목은 끝내 수정 없이 통과됐다.

법사위에 사·보임된 양 의원이 검수완박 반대로 돌아서자 민형배 의원이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이 돼 법사위에 참여한 '위장탈당' 논란, 검수완박에 반발하며 민주당을 비판했던 국민의힘이 하루아침에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했다가 즉각 합의를 깬 것 등 정치권의 정략적인 행태도 이어졌다.

결국 4월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이, 5월 3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검수완박 입법이 마무리됐다.

[2022결산] 검수완박 대 검수원복
◇ 검찰의 집단반발…'검수원복'으로 반격한 한동훈
검찰은 양 의원 사·보임 이튿날 나온 대검찰청의 반대 입장을 시작으로 집단 반발했다.

전국 고검장과 지검장이 잇따라 회의를 열어 검수완박 입법 철회를 요구했고, 부장검사와 평검사 대표도 따로 모여 동조했다.

여론전도 적극적이었다.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직접수사가 사라지면 복잡한 사건 수사가 늦춰지거나 부정부패 등 범죄가 묻혀버릴 것이라는 우려, 검찰이 직접·보완수사를 통해 거둔 성과에 관한 통계와 설명자료 등이 매일같이 쏟아졌다.

일부 자료는 검찰의 수사 성공 사례를 강조하려다 경찰이 '부실수사'를 해온 것 같은 인상을 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후보자 시절 검수완박을 민주당의 '야반도주'에 비유했던 한동훈 장관은 취임 후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국회를 상대로 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을 검찰과 함께 청구했고, 직접 공개변론에 참석해 법 개정 과정과 내용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법무부 차원에서는 검수완박에 대응한 시행령 개정으로 검찰 수사 범위를 복원했다.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패·경제범죄의 범주가 시행령으로 공직자범죄 등으로까지 대폭 확대된 것이다.

보완수사의 발목을 잡던 직접관련성 등 세부 규정까지 사라지면서 검찰 수사 축소를 목적으로 한 '검수완박법'이 하위 법령인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사실상 무력화된 셈이다.

최근 전방위적으로 벌어지는 야권과 전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이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강경론이 고조하면서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를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