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 문어' 파울의 2010년 당시 모습. 독일 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경기 승패를 정확히 맞춰 화제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점쟁이 문어' 파울의 2010년 당시 모습. 독일 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경기 승패를 정확히 맞춰 화제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월드컵에 문어가 등장한 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였습니다. 독일 출신의 '파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문어는 승패를 정확하게 예측해 '점쟁이 문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요. 대결을 펼치는 나라들의 국기가 그려진 수족관에 홍합이 든 상자를 내려놓고, 파울이 어느 상자를 선택하는지를 통해 승패를 점쳤습니다.

파울은 독일의 조별리그 성적(2승 1패)을 모두 맞춘 데 이어 잉글랜드와의 16강,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 승리를 예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4강전에서 스페인에 패배할 것도 내다봤는데요. 이것도 모자라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우승하리라는 것도 맞혔습니다. 예측의 수혜자(?)인 스페인은 이 점쟁이 문어에게 '명예시민' 자격을 부여하기도 했죠.

2010년 이후 잊힌 문어가 다시 주목받은 건 올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이었습니다. 12년 전과 다른 건 진짜 문어가 아닌 '인간 문어'가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해설위원인 크리스 서튼이 그 주인공입니다. 일본의 독일전 승리, 한국과 우루과이의 무승부를 정확하게 예측해 주목받았습니다. 또 월드컵이 열리기 전 한국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봐 그 예상이 모두 들어맞았습니다. 한국의 8강 탈락까지 맞힌 걸 보면 '인간 문어'라는 별명이 결코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서튼도 틀릴 때가 있었는데요. 한국의 가나전 승리, 일본의 8강 진출을 예상했지만 모두 빗나갔습니다.) 서튼은 4강전을 앞두고 브라질, 네덜란드, 모로코, 프랑스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증권가에서도 문어에 버금가는 '대(大)예측'이 존재할까요. 증권사들은 매년 연말 다음 해 증시 전망을 합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시장이라지만, 나름의 분석을 통해 내년 주식시장을 미리 점쳐보죠. 지난해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코스피 상단을 최고 3600까지 잡았습니다. 하단은 2800선에서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는데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우려가 정점을 찍고 내려와 하반기에 경기 사이클도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증권사들의 전망은 모두 빗나갔습니다. 이달 9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2400선 아래에서 맴돌고 있고, Fed의 긴축 공포는 재확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밖에서는 월가 거물들이 일제히 내년 글로벌 경기침체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이 소비력을 비롯한 모든 것을 잠식시키고 있다"며 "경제가 탈선하고, 완만하거나 강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도 "연착륙 가능성은 35%에 불과하다"며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 더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그나마 예측에 성공한 곳은 DB금융투자입니다. 올해 코스피 전망치 하단을 가장 낮게(2650) 잡았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장기화, 불안한 대외환경 지속 등 대부분의 예상이 들어맞았습니다. 또 기업 이익도 큰 폭으로 늘기 어렵다고 봤는데 이 역시 예측에 성공했습니다. 올해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 전 분기 대비로는 30% 넘게 감소했습니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악재가 지속된 영향입니다. DB금융투자는 또 대형주 강세를 예상했는데요. 상반기 유독 부진했던 대형주들이 하반기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수익률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비교적 성공한 예측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DB금융투자가 내다본 2023년 증시는 어떨까요. 공교롭게도 올해와 정반대입니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코스피 상단을 가장 높게(2930) 제시했습니다. 내년 강세장을 예고한 이유는 인플레이션 완화와 실질 구매력의 향상을 꼽았습니다. 기업들이 '환율의 J커브 효과(환율 상승 초기 무역수지가 나빠졌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역수지가 좋아지는 현상)'를 누리며 증시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제 카타르 월드컵은 4강과 결승전이 눈앞에 있고, 계묘년 주식시장은 20여일 뒤에 열립니다. '인간 문어'와 '증권업계의 문어'는 예측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