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내년 3월까지 특별전…금령총 출토 유물 한자리서 첫 공개
신라 무덤 구조·제사 의식 이해에 중요한 역할…어린이박물관서도 전시
'딸랑딸랑' 금방울과 함께 떠난 어린 영혼…금령총을 다시 보다(종합)
#. 1924년 5월 22일 목요일 맑음.
"금제품이 조사되기 시작해 귀중한 유물이 출토될 것을 직감했다.

오후부터 고분에 인접한 가옥을 이전한 뒤 조사 구역을 확장하기로 했다.

그리고 금방울 1쌍을 확인했다.

"
경북 경주 노동동의 한 무덤을 조사하던 작업자들은 훗날 이렇게 회상했다.

일본인 우메하라 스에지(梅原末治)가 중심이 된 조사팀이 발굴을 시작한 지 2주가 채 되지 않았던 어느 날. 무덤 주인의 발아래부터 조사하던 이들의 눈에 띈 건 지름 1.4cm의 작은 방울이었다.

가느다란 금띠와 파란 유리가 돋보이는 금방울(금령·金鈴)은 그렇게 무덤의 이름이 됐다.

두 차례 발굴 조사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잘 모르는 무덤'으로 남아있는 금령총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금령총에서 출토된 유물을 한자리에 모은 첫 전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최근 3년간 금령총을 재발굴한 성과와 보존처리 결과 등을 소개하는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 특별전을 이달 22일부터 선보인다고 21일 밝혔다.

'딸랑딸랑' 금방울과 함께 떠난 어린 영혼…금령총을 다시 보다(종합)
6세기 초반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령총은 신라의 중요한 유적 중 한 곳이다.

짧은 기간에 조사가 이뤄졌음에도 당시로서는 드물게 발굴 보고서가 충실하게 작성됐고, 신라의 적석목곽묘(積石木槨墓·돌무지덜넛무덤) 구조를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시는 금관, 금방울, 기마인물형토기 등 300여 점의 유물과 함께 금령총으로의 여정을 안내한다.

금령총이 처음 세상에 드러났을 당시를 보여주는 첫 부분에서는 유리잔, 종 모양 말방울, 둥근 말방울 등 당시 열차 칸 1량을 가득 채울 만큼 많았던 발굴품을 보여준다.

이어진 '내세로의 여정을 같이하다'에서는 무덤 주인이 누구인지 생각해보게끔 한다.

금령총에서 나온 금관은 높이 27㎝, 지름 15㎝로, 다른 금관에서 볼 수 있는 옥 장식이 없다.

신라 금관 가운데 가장 작고 장식이 단순한데, 다른 꾸밈 장식의 크기도 작은 편이다.

금관, 금팔찌, 금 허리띠, 금반지 등이 놓여있던 간격을 고려하면 무덤 주인은 키가 1m 안팎인 어린아이였으리라 추정된다.

'딸랑딸랑' 금방울과 함께 떠난 어린 영혼…금령총을 다시 보다(종합)
일각에서는 왕실의 아이로 보기도 한다.

신광철 학예연구사는 "금관이 나온 다른 신라 무덤과 비교하면 수량이 적거나 크기가 작다는 게 차별점"이라며 "매장된 이의 신분은 높지만 나이는 어렸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무덤 주인의 마지막 길을 동행했던 여러 토기, 장신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신라 토기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기마인물형 토기는 흔히 주인상과 하인상으로 알려진 두 점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가는 하인상으로 알려진 토기는 오른손에 방울이 꽂힌 막대를 들고 있어 제사를 주관하고 무덤 주인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제사장 또는 무당일 수도 있다고 한다.

두 점씩 있는 배 모양 그릇과 등잔 모양 그릇 역시 망자 곁에 놓였던 껴묻거리로 추정된다.

전시에서는 2018∼2020년에 걸쳐 이뤄진 재발굴 성과와 의미를 찬찬히 짚는다.

'딸랑딸랑' 금방울과 함께 떠난 어린 영혼…금령총을 다시 보다(종합)
금령총은 당초 발굴되기 전에 크게 파괴돼 남북 길이 약 13m, 높이 약 3m의 반달형으로 남아 있었지만,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크고 지름이 30m 정도였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금동 장식으로 꾸민 천마(天馬) 말다래 장식, 2019년 무덤 둘레에 쌓는 돌인 호석(護石) 바깥쪽에서 나온 높이가 56㎝에 이르는 말 모양 토기 등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 법하다.

신 학예연구사는 "금령총에서도 위에서 뛰어내리듯이 내달리는 천마(天馬) 금동 장식이 나왔다.

1920년대 조사에서는 말 도면만 있고 주변은 복원이 안 됐는데 당시에는 '천마'가 아니라 '괴수'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말 모양 토기는 현존하는 발굴 수습품으로는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고 있는 듯한 토기는 등과 배 부분이 깔끔하게 절단된 듯한 흔적이 있어 학계에서는 의례 과정에서 고의로 깨뜨려 부장한 것으로 추정한다.

조사를 거듭했지만, 아직 완전한 형태를 찾지는 못했다.

'딸랑딸랑' 금방울과 함께 떠난 어린 영혼…금령총을 다시 보다(종합)
이번 전시는 재발굴 조사를 통해 역사의 퍼즐을 맞춘 부분을 강조하며 마무리된다.

박물관은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긴목항아리의 파편 2점을 확인했는데 이 가운데 1점은 1924년 조사했던 껴묻거리용 상자 주변에서, 다른 1점은 호석 주변에서 각각 발견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1924년에 발굴한 몸통과 이후 발굴한 파편을 언급하며 "재발굴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쳤을 것으로 재발굴이 가져온 1천500년 만의 만남"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딸랑딸랑 금령총 이야기'도 어린이박물관에서 함께 개막할 예정이다.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무덤 안팎에서 출토된 다양한 껴묻거리와 제사의 흔적 속에 담긴 의미, 갑자기 가족의 품을 떠나버린 어린 영혼에 대한 슬픔과 염려를 헤아려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3월 5일까지.
'딸랑딸랑' 금방울과 함께 떠난 어린 영혼…금령총을 다시 보다(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