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서면, 갈색줄무늬병·뿌리혹병 번져…수확 앞두고 상품성 저하
[르포] 작년 이어 올해에도 배추밭 덮친 병해…타들어 가는 농심
"작년에도 병이 번져 배추 농사 다 망쳤는데 올가을 수확 앞두고 또 상태가 저러니 농민들은 돈 만져볼 팔자가 아닌 모양입니다.

"
가을배추 수확 철인 25일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서 만난 농민 안모(76)씨는 경운기를 타고 밭으로 향하면서 누렇게 변한 배춧잎을 바라보며 한숨 지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배추밭에 병이 돌아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게 된 까닭이다.

영서 내륙의 가을배추 주산지인 서면 지역은 지난해 세균병의 일종인 '갈색줄무늬병'과 '뿌리혹병'이 배추밭 150㏊ 중 135㏊(90%)에 창궐했다.

당시 수확 배추 중 절반 이상이 밭에 버려졌고, 그나마 건진 작물도 상품성이 형편없었다.

올해는 이 같은 사태를 막고자 농민들은 여름철 뙤약볕 아래서 방제 작업도 철저히 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잎끝이 타들어 가듯 마른 배추가 하나둘씩 보이더니 점차 밭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병해가 빠르게 퍼진다는 농민 말을 듣고 서면 신매리와 서상리 일대를 돌아보니 누렇게 변한 배추밭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수확 작업을 하던 정모(69)씨는 "상한 겉잎을 뜯으니 배추가 볼품없이 작아져 제값 받기도 글렀다"며 "작년에도 배추 절반은 밭에 버렸는데 하늘이 야속하다"고 토로했다.

[르포] 작년 이어 올해에도 배추밭 덮친 병해…타들어 가는 농심
잎이 푸른 배추도 병해를 피하지 못했다.

밭 곳곳에는 수확 철임에도 알이 작고 갸우뚱하게 기운 배추가 보였다.

배추 뿌리에 작은 혹이 생기는 뿌리혹병에 걸려 양분을 제대로 빨아올리지 못한 작물들이었다.

농민 김선복(65)씨는 배추 하나를 뽑아 카메라를 향해 들어 보였다.

뿌리에 생강 같은 혹이 잔뜩 자라 흉측한 모습이었다.

김씨는 "이 병에 걸린 배추 뿌리는 영양을 빨지 못해 알이 작고 결구율(속이 꽉 찬 정도)도 낮아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찬 바람을 맞으면 주저앉거나 쓰러지기도 쉬워 도매시장에서 제값을 쳐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볏짚·참나무 껍질 등 유기물과 토양 소독제를 밭에 충분히 줘야 막을 수 있는데 비룟값에 유류, 인건비까지 다 뛴 마당에 돈 들이기 쉽지 않다"며 "정부는 배춧값 안정에만 주력하지 말고 공적 자금을 들여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협은 올해 서면 배추밭 140㏊ 중 60㏊에서 병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토양 문제로 병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한 농부가 같은 품종의 배추를 동일한 비료를 주면서 키워도 둑 하나를 두고 어떤 밭은 병이 생기고 나머지 밭은 멀쩡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르포] 작년 이어 올해에도 배추밭 덮친 병해…타들어 가는 농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