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보유 비중이 2001년 이후 최고치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펀드매니저들이 주식과 경제 전망에 대해 ‘무조건 항복(Capitulation)’에 가까운 부정적 심리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최근 실시한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투자자들의 현금 비중은 6.3%로 집계됐다. 2001년 4월 이후 2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월(6.1%)보다도 0.2%포인트 올라갔다.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글로벌 펀드매니저 현금 보유 비중 /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글로벌 펀드매니저 현금 보유 비중 /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반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펀드매니저의 49%는 “주식 투자 비중을 낮추고 있다”고 답했다. 향후 1년간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72%에 달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마이클 하트넷 BofA 전략가는 “펀드매니저들이 거시경제적 항복, 투자자 항복, 정책적 항복의 시작을 외치고 있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춘 이후인 내년 상반기에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고 큰 랠리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펀드매니저들의 79%는 향후 12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트넷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은 지난 한 달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돼 현재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장기 금리도 고점을 찍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펀드매니저들의 38%는 향후 12개월 동안 장기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봤고, 41%는 현재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봤다. 장기 금리가 12개월 동안 더 높아질 것으로 본 펀드매니저는 3%에 불과했다. 이는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326명의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설문에 참여한 펀드매니저들은 총 9710억달러(약 138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