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용 발목 잡는 '파견 규제' 사라져야
일자리 부족과 청년 취업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양극화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일자리 문제는 노동개혁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 경직성과 비효율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노동시장은 고용뿐 아니라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많은 기업이 이런 악조건을 피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찾아 떠났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노동 경직성을 완화하고, 분업구조를 형성해 핵심 업무에 집중하며, 협력업체의 전문성을 활용할 목적 등으로 파견과 도급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근래 기업의 이러한 활동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대법원은 올해 7월 포스코 사내 협력업체 직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불법파견 성립을 인정하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해에는 현대위아 사내 협력업체 직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원심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기업들은 이 같은 대법원판결 영향이 도미노처럼 확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동유연성 제고를 위해 이용한 도급이 이제 노동 리스크가 된 것이다.

대법원판결에 따라 협력 업체 인력을 직고용하게 되면 노동유연성 확보는 물건너가고, 추가로 막대한 노동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결국 경쟁력 약화, 국내 투자 위축, 해외 이전, 제조업 공동화,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직고용으로 전환된 협력업체 근로자는 단기적으로 임금이 상승하겠지만, 노동의 상대가격 상승으로 인한 근로 시간 감소와 고용 가능성 하락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근로소득이 하락할 것이다. 대법원판결은 파견근로자 보호라는 목적과 정반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협력업체들도 자사 직원을 고스란히 원청에 빼앗기게 돼 사업체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사업체로 네트워크화돼 협업을 통해 각자의 성과를 증대시키는 현대 산업생태계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에는 낡은 법제도, 현실 세계와 유리된 법원 판단에 있다. 무엇보다 파견법이 파견에 대해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파견근로를 실질적으로 완전히 자유화하고 있는데, 한국은 일부 업종에 한해 허용할 뿐 파견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대한 소송에서 불법파견의 범위를 확대하고 적법 도급의 범위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판례 법리를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포스코 판결에서 생산관리시스템(MES) 사용을 지휘·명령으로 봐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MES는 현대 스마트 제조공정에서 생산활동의 최적화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정보시스템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MES 사용을 우리 법원은 불법파견 근거로 봤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 현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전산화, 디지털화, 네트워크화하고 스마트 팩토리로 진화하고 있는데 우리 법원은 이 같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행 파견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자유화해야 한다. 즉, 파견 허용 업무를 현재의 특정 업무만 제한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제조업 등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고 특수 분야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파견 기간을 유연화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유연성이 제고돼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고용이 창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