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소 티앤엘 대표 / 사진=한경DB
최윤소 티앤엘 대표 / 사진=한경DB
‘암앤해머’ 등의 브랜드로 잘 알려진 다국적 기업 처치앤드와이트(C&D)가 티앤엘의 미국 협력사 히어로 코스메틱스를 인수한다. 히어로는 티앤엘의 ‘마이티 패치’를 미국에 판매하고 있다.

티앤엘은 8일 C&D가 호주와 캐나다, 프랑스 등에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만큼 마이티 패치의 판매가 미국 외 국가로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C&D, 히어로 8700억원에 인수

지난 6일(현지시간) C&D는 히어로 인수를 위한 최종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6억3000만달러(약 8700억원)다. 인수가 완료되는 시점은 올 4분기로 예상했다. 히어로의 2022년 6월까지 12개월 간 매출은 약 1억1500만달러(약 1600억원)다. 지난 6일 기준 C&D의 시가총액은 약 195억달러(약 27조원)다.

히어로는 티앤엘의 마이티 패치 제품들을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미국에 판매하고 있다. 히어로는 올 상반기 기준 티앤엘의 전체 해외 공급사 중 매출 비중이 43.46%로 가장 높다. 두 번째로 높은 니코메디칼의 7.45%와 차이가 크다.

마이티 패치는 티앤엘의 피부 트러블 관리(케어) 브랜드다. 기본 패치형부터 미세침(마이크로니들) 패치까지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국소 부위 제품에 이어 최근에는 코에 붙이는 ‘마이티 패치 노즈’ 등 부착 부위도 다양화됐다.

주요 소재는 하이드로콜로이드다. 피부에 붙는 점착성 고무(러버)와 흡수성 천연 고분자 물질이 혼합된 형태다. 두 물질이 상호작용하며 피부의 일정 수분을 외부로 전달한다. 상처의 수분을 흡수해 상처가 작게 압축되도록 한다.

지난 3월 티앤엘은 히어로와 1093억원 규모의 마이티 패치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히어로는 2024년까지 기존 미국과 함께 캐나다 지역에 대한 마이티 패치 독점 판권을 보유하게 됐다. 티앤엘의 지난해 매출은 406억원이었다.

마이티 패치는 캐나다에서도 허가를 받았다. 현재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C&D, 히어로 인수 전 티앤엘 실사

C&D의 히어로 인수에는 티앤엘의 마이티 패치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인수를 앞두고 C&D는 인수합병(M&A) 전문 자문 기업인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을 통해 티앤엘을 실사했다. 티앤엘 관계자는 “BCG가 티앤엘의 설비와 생산시설 규모 및 자동화 시스템, 우수한 품질관리, 청결한 생산 환경 등을 확인한 뒤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말했다.

C&D는 이번 인수 소식을 전하며 마이티 패치의 경쟁력을 언급했다. C&D 측은 “여드름 패치는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여드름 치료법”이라며 “마이티 패치는 미국 여드름 관련 제품 부문 중 2위, 여드름 패치 부문에선 1위 브랜드로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마이티 패치의 브랜드 충성도와 재구매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C&D는 글로벌 여드름 패치 시장 규모를 7억달러(약 96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마이티 패치의 주 성분인 하이드로콜로이드 소재 제품이 시장에 적은 것은 아니다. 마이티 패치는 ‘맞춤형’ 생산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티앤엘 관계자는 “경쟁사가 중간재 성격의 제품을 코팅 등 재가공해 생산하는 것과 달리 원재료 배합 등 초기 단계부터 직접 해 고객사 맞춤형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며 “상처와 트러블 부위 적용 시 부작용이 거의 없는 점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외 진출 기대…12월 추가 증설 착공 계획

C&D는 히어로 인수를 통해 마이티 패치의 판로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C&D는 “회사의 미국 유통망을 통해 마이티 패치의 미국 판매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국제적 입지를 활용해 제품의 제한됐던 판매 지역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C&D는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 호주 등에 진출해 있다. 마이티 패치는 유럽 및 영국, 캐나다에서 허가를 완료한 상태다.

티앤엘은 올해 히어로를 통한 마이티 패치의 미국 매출을 2500만달러(약 347억원)로 추정하고 있다. 내년에는 약 20%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이번 인수로 공급량이 예상보다 많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공급량을 급진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점진적이면서도 빠르게 확대할 것”이라며 “다만 C&D의 영업전략에 따라 매출 증가율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발맞춰 생산시설도 추가로 증설한다. 티앤엘은 연초 기존 연 700억원 규모의 생산능력을 약 50% 늘리는 증설을 마쳤다. 이후 지난 7월께 히어로 측으로부터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추가 증설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추가 증설의 규모는 앞선 증설과 비슷할 것이란 예상이다. 티앤엘 관계자는 “최근의 증설로 올해 수주물량 생산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제품 출시 작업도 계속된다. 회사 관계자는 “트러블 케어나 주름개선 등을 돕는 마이크로 니들 패치 관련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번 인수가 티앤엘에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마이티 패치가 북미에 높은 의존도를 보였으나, 유럽이나 아시아 등으로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며 “최근 마무리된 증설로 생산성이 좋아졌다는 점에서 추가 수익성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