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위구르족 인권침해 주장 신빙성 있어"
"툭하면 구타에 물고문까지"…끔찍한 中 위구르족 인권침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펴낸 신장 위구르족 인권 조사 보고서에는 중국 정부가 이 지역의 이른바 '직업교육훈련센터'(VETC)에서 위구르족 소수민족을 향해 저지른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가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위구르족과 이슬람 소수민족은 최소한의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사실상의 수용소인 VETC에 수감됐으며, 이곳에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경비원들의 학대를 견뎌야 했다.

보고서는 2017∼2019년 수감자들의 인터뷰와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이들의 증언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 걸핏하면 두들겨 맞고 성폭행까지…철저한 사상교육도
중국 정부는 테러리즘·극단주의 위협에 대처하겠다면서 신장 지역에 VETC를 설립했다.

중국 정부는 훈련생의 인권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주장했으나, 인권 침해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유엔 인권사무소와 인터뷰한 수감자 26명 가운데 약 3분의 2는 이곳에서 교육이 아닌 고문과 학대가 자행됐다고 진술했다.

증언에 따르면 VETC 수감 중이거나 시설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이른바 규정 위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곤봉 구타가 수시로 반복됐다.

곤봉 일부는 전기 충격 기능까지 탑재됐다.

이른바 '호랑이 의자'에 묶인 채 물고문을 당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툭하면 구타에 물고문까지"…끔찍한 中 위구르족 인권침해
호랑이 의자는 성인 사이즈의 유아용 식탁 의자와 비슷한 형태다.

양쪽 팔걸이 사이엔 여닫을 수 있는 판이 있고, 이 판에 앉는 사람의 팔을 결박할 수 있다.

수감 기간 내내 족쇄가 채워진 경우도 있었다.

식량은 늘 부족해 수감자들의 체중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거주 공간에는 밤에도 불을 끄지 않아 수면 부족이 속출했다.

위구르족의 언어는 사용하지 못 하게 했고, 이슬람교에서 필수인 기도 등 종교 행위도 금지됐다.

대신 공산당의 선전용 노래를 외워 부르도록 강요당했다.

한 수감자는 OHCHR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애국주의 노래를 매일 목이 터져라 불러야 했다.

목이 아플 때까지 소리를 질러야 했고, 얼굴이 붉어지고 핏줄이 얼굴에 나타날 때까지 노래해야 했다"고 말했다.

수감자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을 먹어야 했다.

당국자들은 이들에게 줄을 세워 알약을 먹인 뒤, 억지로 입을 벌려 삼켰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이 알약을 먹고 졸음이 쏟아졌다고 증언한 사례가 많았지만 중국 정부는 약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심각한 수준의 성적 학대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여성을 조사하던 경비원이 구강성교를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여성이 억지로 옷을 벗게 하거나, 카메라가 없는 공간으로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일부 여성은 산부인과적 검사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주장을 공식 부인했다.

"툭하면 구타에 물고문까지"…끔찍한 中 위구르족 인권침해
중국 당국은 VETC를 2019년 전후로 대폭 확충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3월 구글어스 위성사진에서 찍힌 한 VETC는 2018년 4월에 비해 3배가량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OHCHR은 "2019년 이후 VETC가 새로 건설되거나 확장된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는 그만큼 수감자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 신체 구속할 법적 근거도 희박…가족과는 연락두절
중국 정부는 관련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런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각한 테러·극단주의 행위는 교도소 등으로 보내 가혹하게 처벌하고, 비교적 경미한 사례는 센터에서 재교육함으로써 극단주의에서 탈피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OHCHR의 분석에 따르면 '심각한 사례'와 '경미한 사례' 사이에는 명확한 구분이 없었다.

비슷한 행위에도 교육센터와 교도소로 갈라지는 사례도 있었다.

직업교육훈련센터 수감 기간은 2∼18개월로 다양했는데, 조사를 받는 과정부터 퇴소할 때까지 본인이 얼마나 수감되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없었고, 정당한 재판을 받을 기회도 박탈당했다.

대다수는 공안 당국이 자의적으로 수감 기간을 결정했다고 OHCHR은 밝혔다.

수감 기간에 가족 면회나 전화가 허용된 경우도 절반 정도에 그쳤고 나머지 절반은 아예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수감자도, 그 가족도 서로의 생사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툭하면 구타에 물고문까지"…끔찍한 中 위구르족 인권침해
중국 관영언론에서는 이 시설에서 수감자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하는 모습을 내보내곤 했는데, 이는 미리 조작된 것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교도관이 '긍정적 경험만 말하라'고 지시한 결과라는 것이다.

OHCHR은 신체 자유를 박탈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어 보인다는 점, 기본적인 의사표시 등 명백한 합법적 행위로 인해 이 시설에 수감될 수 있다는 점, 수감 기간에 법적 조력이 제공되지 않은 점 등으로 봤을 때 이 시설과 관련한 큰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 유엔 "고문·학대 증언 신빙성 있다…반인도적 범죄 구성"
OHCHR은 확보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시설에서 고문·학대가 발생했다는 의혹은 신빙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현재 확보한 정보로는 학대가 어느 정도였는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면서도 "당국의 감독이 제한돼 있었고, VETC의 보안이 고도로 통제돼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위반행위가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위구르족, 이슬람교도 등을 자의적·차별적으로 구금하고 기본권을 박탈했다"며 "이는 국제 범죄, 특히 반인도적 범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툭하면 구타에 물고문까지"…끔찍한 中 위구르족 인권침해
그러면서 중국 정부에 신장지구의 VETC를 포함한 각 시설에 억류된 수감자들을 즉각 석방하고, VETC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의혹을 조사하라고 권고했다.

OHCHR은 3년이 넘도록 이 보고서를 준비해왔다.

그러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기 직전에서야 보고서가 전격 공개됐다.

그동안 바첼레트 최고대표는 서방과 중국 양측에서 보고서 발간 여부를 두고 압박을 받아 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