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는' 연금개혁 때 수용 가능한 보험료율 상한은 15%"
연구보고서, 소득대체율은 '40% 수준 유지 합리적' 제안
[이슈 In] 5년 만에 국민연금 재정 점검…어떤 개혁청사진 나올까
정부가 이달 10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국민연금의 재정 상태를 점검해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제5차 재정계산 작업에 본격 착수하면서 어떤 수준의 개혁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8월 중으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산하에 재정추계전문위원회 및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를 차례로 구성해 2023년 3월까지 재정 추계를 마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마련해 내년 10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2003년 제1차, 2008년 2차, 2013년 3차, 2018년 4차 등 5년마다 재정계산을 했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급변으로 연금재정의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 속에 지난달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했기에 때문에 연금개혁에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등 '모수개혁' 우선 집중 전망
정부는 그동안의 연금개혁 논의를 토대로 실행 가능한 대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국민연금과 다른 직역연금 간의 통합 등 '구조개혁'보다는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보험료율(가입자 월 소득 대비 9%)과 소득대체율(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같은 수치 조정을 하는 '모수개혁'에 우선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개혁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는 구조개혁보다는 지금보다 보험료를 더 올리는 쪽으로 일단 모수개혁을 해서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도모하는 데 더 힘을 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슈 In] 5년 만에 국민연금 재정 점검…어떤 개혁청사진 나올까
앞서 2018년 4차 재정계산에서 재정계산위원회는 국민연금이 현행 틀을 유지할 경우 연금기금이 2057년에 바닥날 것으로 추산하면서 기금고갈에 대비해 두 가지 재정안정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재정계산위원회는 첨예한 내부 의견 차이로 합의안은 도출하지 못했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재정추계 기간을 70년으로 잡고 2088년까지 기금 적립 배율을 1배로 유지하겠다는 '재정목표'를 내세웠지만,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달랐다.

적립 배율 1배는 보험료를 거두지 않더라도 1년 치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기금이 있다는 뜻이다.

첫 번째 안은 노후에 필요한 적정 소득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18년 당시 45%였던 소득대체율을 더는 낮추지 않는 대신 보험료율을 2019년에 9%에서 11%로 올려 유지하다가 적립 배율 1배가 흔들리는 2034년에 12.3%로 인상하는 방안이었다.

두 번째 안은 상대적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방점을 뒀다.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떨어뜨리고, 2019년부터 10년간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3.5%로 올리는 방안이었다.

재정목표를 달성하려면 일시에 보험료율을 17.2%로 올려야 하지만 13% 이상의 보험료율은 보험료를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판단했다.

이후 2030년부터는 보험료율은 손대지 않고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상향 조정하거나 소득대체율에 '기대여명 계수'를 적용해 연령이 많으면 연금급여액을 깎는 식으로 단계적이고 복합적으로 지출을 조정해 재정안정을 꾀하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 두 가지 방안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대신 정부는 ① 현행 유지 ② 현행 유지하되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③ 소득대체율 45% 상향, 보험료율 12% 인상 ④ 소득대체율 50% 상향, 보험료율 13% 인상 등 4가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는데, 재정안정과 노후소득보장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 끝에 국민연금 개편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슈 In] 5년 만에 국민연금 재정 점검…어떤 개혁청사진 나올까
◇ 사회경제적 상황 고려할 때 급격한 보험료 인상 어려울 듯
이번 5차 재정계산에서는 4차 때보다 기금소진 시기가 더 앞당겨질 게 확실시된다.

연금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구구조가 그사이에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출생아 수와 경제활동인구가 급감하면서 연금 가입자 수는 줄고, 급속한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로 노인 인구는 늘었다.

이 때문에 연금수급 기간이 길어지면서 기금 고갈 시기가 가팔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연간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8년(0.98명), 2019년(0.92명), 2020년(0.84명), 2021년(0.81명) 4년 연속 1명을 밑돌며 매년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통계청은 코로나19로 결혼과 출산이 줄어 2025년 출산율은 0.52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합계출산율은 애초 4차 재정계산에서 예상한 합계출산율(2017년 1.2명, 2030년 1.32명, 2060년 1.38명)보다 훨씬 낮다.

이에 반해 평균 기대수명은 2018년 82.7세에서 2019년 83.3세, 2020년 83.5세 등으로 지속해서 증가하며, 2070년에는 91.2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상위권에 속할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봤다.

[이슈 In] 5년 만에 국민연금 재정 점검…어떤 개혁청사진 나올까
이에 따라 5차 재정계산에서는 기금고갈에 대비해 어떻게든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소득대체율을 손볼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20년 넘게 9%로 꽁꽁 묶여 있는 보험료율을 올린다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오를지가 관심거리로 떠오른다.

이와 관련,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 상황을 고려할 때 보험료율을 급격하게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것은 국민 수용성 측면에서 어렵다며 보험료율은 15%를 상한선으로, 소득대체율은 40%를 하한선으로 제시한 연구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5차 재정계산을 앞두고 최근 공개된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 방안 연구'(연구원 유호선·유현경·손현섭)를 보면, 연구자들은 보험 수리적 계산 결과와 독일·스웨덴·일본 등 해외사례,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험료율 상한은 약 15%로 정하는 게 적정하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로 우리나라는 보험료를 혼자 부담하는 자영업자 비중이 24.6%로 매우 높은 국가인 점과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 초저출산 상황 등을 꼽았다.

유호선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올려서 2036년 15%에 도달할 때까지 인상할 경우 기금고갈 시기는 2073년까지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40%)과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약 12%)을 합치면 국제노동기구(ILO)나 유럽연합(EU)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기준(50%)을 충족하는 점과 국민연금이 미성숙인 상황 등에 비춰볼 때 소득대체율을 현행대로 40%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