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재확대 플랜 준비" 美 "재원차단 방법 모색"…국제사회 대응 주도 논의
한미, 北핵실험시 전방위 압박…암호화폐 등 '돈줄 죄기' 주목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대비한 전방위 대북 압박 수단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미 공조를 통한 대북 독자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신규 결의 추진, 미국 전략자산 전개를 통한 대북 억지력 과시 등의 수단이 거론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9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7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전략자산(전개), 한미간 조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우선적 메뉴"라고 언급했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한미가 독자적으로 취할 제재 성격의 조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형태의 대북제재 방안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논의되지 않았다"면서도 "북한 인물과 기관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겠다는 플랜이 준비돼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개인이나 기관을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특별지정제재 대상(SDN)에 포함하는 등의 방식으로 독자제재를 해 왔다.

SDN에 등재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가 일절 금지된다.

한국은 통상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을 한국 자체 제재대상에도 올리는 방식으로 공조를 한다.

한미는 제재 목록에 올렸을 때 실질적으로 북한의 자금 획득원을 차단하는 등 압박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상을 물색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8일 "북한이 (제재에 대응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얻는 방법 측면에서 적응해왔기 때문에 우리도 지난 18개월간 새 제재 대상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며 북한이 새 재원을 얻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을 지속해서 찾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부상한 제재 분야가 암호화폐다.

북한은 석탄 수출과 노동자 송출 등 기존 외화벌이 수단이 안보리 제재로 막히자 해킹으로 암호화폐를 탈취,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외화를 불법 획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지난주 미국의 블록체인 기술 기업에서 1억 달러(약 1천300억 원)의 암호화폐를 훔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29일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는 북핵 개발의 자금원이라는 점을 넘어 그 자체로 '범죄 행위'여서 국제사회가 단합된 대응을 할 명분이 높고, 제재 틀 뿐만 아니라 사법적·정책적 영역에서도 다양한 대응이 가능할 수 있다.

한미는 이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주도해 나갈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응은 이미 표면화했다.

지난 4월 라자루스와 연결된 가상화폐 이더리움 지갑을 독자제재 리스트에 추가한 데 이어 5월에는 가상화폐 자금세탁 지원에 이용된 믹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렌더'(Blender)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OFAC을 관장하는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지난 27일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방한 협의를 했을 때도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대응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다음 달 19∼20일 방한해 한국 당국자들과 만날 때도 북한의 자금줄 차단을 위한 독자제재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 전반에 적용될 다자 제재인 유엔 안보리 결의의 경우 한미가 북한의 핵실험 시 다시 추진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응해 지난달 26일 안보리 추가 제재 결의안 표결을 시도한 바 있는데, 당시 결의안에 담겼던 라자루스 제재나 대북 유류 공급 제재 강화 등이 다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결의안은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통과되지 못했지만, 북한이 핵실험까지 감행하면 중·러가 다시 반대할 명분은 줄어든다.

특히 중국은 핵실험을 자제시키기 위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한이 이를 저버린다면 중국도 체면에 손상을 입게 된다.

다만 이번 나토 정상회의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진영 대립 구도가 심화하고 있는 점은 중국의 전략적 계산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거부권 행사 당시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활발하게 행동에 옮기고 있고 역내 국가들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난, 미중 경쟁과 북핵문제를 연결하는 태도를 보이며 대북제재 비협조를 정당화했다.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대(對)중국 접근법 조정을 시사한 윤석열 정부나, 중국 포위전략을 확장한 바이든 정부로서는 중국의 대북 문제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 한층 큰 숙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