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부친 '인권탄압' 중국 신장 촬영여행 논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아버지 스탠리 존슨(81)이 인권 논란의 중심에 선 중국 신장 지역을 중국 관영 매체와 함께 여행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전했다.

스탠리 존슨은 SCMP와 인터뷰에서 오는 8월 6주간 중국으로 촬영 여행을 떠나며 중국 정부의 협조로 신장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콩에 사는 다른 아들이 동행하며, 중국 관영 CCTV의 촬영 스태프가 자신들의 모습을 촬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여행이 '동방견문록'의 저자 마르코 폴로의 실크로드 탐험기를 따라가는 것이며, 정저광 영국 주재 중국대사가 이 여행 계획에 열의를 보이며 적극 협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 의회가 정 대사에 대해 내린 의회 출입 금지 조치를 해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9월 영국 상·하원은 정 대사에 대해 의회 출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는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지적한 영국 의원 7명에게 제재를 가한 데 따른 보복 차원이었다.

앞서 영국은 지난해 3월 신장 위구르족 등 중국의 소수민족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 관리 4명과 단체 1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고, 중국은 영국 의원 7명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것으로 맞불을 놓았다.

영국 의회는 이어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집단 학살'으로 규정하며 올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총리의 아버지가 영국 주재 중국대사와의 밀착 행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과시하고, 그에 대한 의회 출입 금지 해제를 촉구하자 영국 의회에서는 초당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이 제재한 영국 의원 7명은 성명을 통해 "스탠리 존슨은 위구르족에 대해 집단 학살을 자행하는 잔인한 중국 정권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있다"며 "그가 이기적 이유로 가족관계를 그처럼 노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존슨의 여행은 지난달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신장 방문이 성과 없이 끝나 비판을 받는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다.

바첼레트 대표는 지난 15일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중국 방문 기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고 구금된 위구르인들이나 그들의 가족과도 접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존슨은 중국 관리들에게 인권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눈과 귀를 열고 여행할 것이며 전문적인 TV 촬영팀이 우리가 보는 것을 촬영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존슨이 지난달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고 앞서 AFP 통신이 전했다.

정치인 출신으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일한 전력이 있는 그는 아들과 달리 애초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반대론자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