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정 감독 "만화처럼 초현실적인 액션"
한국형 슈퍼히어로 시리즈의 출발…영화 '마녀2'
영웅들이 하늘을 날며 손짓과 눈빛만으로 악당을 제압하는 슈퍼히어로 영화를 한국에서도 만들 수 있을까.

영웅과 악당들이 헤쳐 모이기를 반복하며 스토리를 쌓고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거창한 수식을 단 시리즈물은 마블이나 DC만의 전유물일까.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 2'는 그동안 상상은 해봤지만 시도는 하지 못했던 한국형 슈퍼히어로 시리즈의 출발을 알리는 영화다.

마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밀연구소 '아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의 습격을 받아 초토화한다.

이곳에서 홀로 살아남아 빠져나온 소녀(신시아 분)는 10년 가까이 평범한 가정에서 생활했던 전편의 마녀 구자윤(김다미)과 달리 연구소 바깥이 처음이다.

그래서 이름도 없다.

소녀는 우연히 만난 경희(박은빈)·대길(성유빈) 남매의 농장에서 지내며 일상에 적응해간다.

한국형 슈퍼히어로 시리즈의 출발…영화 '마녀2'
그러나 소녀는 마녀 프로젝트의 완전체 모델이므로 여러 세력으로부터 추적당한다.

프로젝트 창시자 백총괄(조민수)의 지시를 받은 본사 에이스 요원 조현(서은수), 아크의 관리책임자 장(이종석), 중국 상하이에서 급파된 '토우 4인방' 등은 각자 다른 목적으로 소녀를 쫓는다.

여기에 경희·대길 남매와 부동산 문제로 얽힌 용두(진구)의 조직도 가세한다.

연구소를 빠져나온 소녀를 여러 그룹이 쫓는 줄거리는 전편과 같다.

그러나 빌런 그룹의 수가 늘어나고 그들 사이 관계가 촘촘해졌다.

캐릭터와 능력의 차이는 선명해졌다.

특별한 초능력이 없는 동네 건달 용두를 제외하면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캐릭터들이다.

영화는 만화적 상상력을 극단에 가깝게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현실에서 멀어짐과 동시에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시리즈에 가까워진다.

흉기와 중화기를 동원한 액션은 한밤중 목장에서 벌어지는 공중전으로 절정에 달한다.

자칫 철 지난 무협영화처럼 보일 수 있는 장면들이지만, 촌스럽거나 값싸 보이지 않는다.

한국형 슈퍼히어로 시리즈의 출발…영화 '마녀2'
전편은 구자윤이라는 여성 캐릭터를 간결하고 절도 있는 액션의 전면에 내세운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이번에도 조현과 토우 4인방의 리더 등 여성 캐릭터가 액션을 주도한다.

군인 출신의 스나이퍼 조현은 강렬한 여전사 카리스마를 과시한다.

관객에 따라서는 소녀가 아닌 조현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여길 수도 있다.

새로운 마녀로 등장한 소녀에게 구자윤만큼의 액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몸을 쓰는 액션보다는 염력이나 상대의 동작을 제어하는 능력 등 머릿속 초능력을 더 많이 쓰는 탓에 관객을 시각적으로 사로잡지는 못한다.

평범한 여고생에서 마녀로 각성하며 다양하고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구자윤과 달리, 연구소 바깥 생활이 처음인 소녀는 여전히 신비로운 인물에 머물러 있다.

한국형 슈퍼히어로 시리즈의 출발…영화 '마녀2'
'부당거래'(2010) 각본을 쓰고 '신세계'(2012)를 연출하며 현실에 밀착한 장르영화를 선보였던 박훈정 감독은 이제 마녀 시리즈로 현실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7일 시사회에 이어진 간담회에서 "만화처럼 볼 수 있는 영화를 생각했다.

말 그대로 초현실적 액션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캐릭터를 발전시키고 '마녀 세계관'을 구축해 시리즈를 이어가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자윤과 소녀는 아직 성장 중이며 '넘사벽' 캐릭터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며 "아직 나오지 않은 인물, 풀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쿠키 영상의 존재만으로도 박 감독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15세 관람가.

137분. 15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