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시관 "며칠 만에 수십구 들어와…대부분 손발 묶여 총살돼"
[우크라 침공] 현장조사관 "이렇게 많은 시신은 처음, 제노사이드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남쪽으로 85㎞ 떨어진 도시 빌라체크라바의 지방 검사 세르히 루제츠키는 도시 시신 안치소에서 막 시신 두 구의 검시를 끝냈다.

이들 모두 남성으로 한 명은 머리에, 다른 한 명은 가슴에 총을 맞은 게 직접 사인이었다.

루제츠키 검사는 이날 안치소를 찾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자에 "많은 유럽 사람이 제노사이드를 부정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시신을 담은 검은 비닐 35개가 무더기로 쌓여 있는 광경을 가리켰다.

그는 그간 살인사건 수사를 담당해왔지만 이렇게 많은 시신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함께 작업 중이던 지역 검시기관장 막심첸코도 "오늘 하루에만 시신 15구가 추가로 들어오기로 했다"며 "이게 끝이 아니다.

시신이 계속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평시에는 한 달에 평균 80구가량 시신을 담당하는데 지난 열흘간 이미 그보다 많은 시신을 검시했다고 밝혔다.

최근 그가 검시했던 대부분 시신은 15∼80세 남성으로, 러시아군의 민간인 대량학살 의혹이 불거진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평상시 같으면 대부분 자연사로 판명되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경우가 전쟁으로 인해 살해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서 폭발이나 포격으로 죽은 사람은 소수고 대부분은 총을 맞아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총격이 이뤄진 곳은 머리·전신 등 시신별로 다르긴 해도 대부분 팔과 다리가 신체 뒤쪽에서 묶여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막심첸코는 "이들은 손발이 뒤로 묶인 채 총에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날씨가 춥고 시신이 상당수 땅에 묻혀 있어서 차라리 다행"이라며 "그렇지 않고 땅 위에 놓여 있던 시신은 개의 먹이가 돼 일부가 훼손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시신이 몰려드는 일이) 막 시작된 시점인 만큼 얼마나 많은 시신을 보게 될지는 단언할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