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친러 행적'에 키이우 방문 거절당해
[우크라 침공] "우크라 돕는 것 맞아?" 미적대는 독일에 의구심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강경책을 예고했던 독일이 실제 행동은 미적거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러시아 제재에 서방 동맹의 '약한 고리'로 평가받았던 독일이 러시아 침공으로 급선회하는 듯했으나,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독일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국방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매년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2% 이상 수준으로 늘리고 군대 현대화를 위해 1천억 유로(약 135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라는 멍에로 방위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독일로서는 지난 수십년간 가장 큰 외교쟁책의 변화였다.

숄츠 총리는 이를 "역사적 대전환"이라고 말했고, 국내외에서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독일의 상황은 6주 전과 다르다.

러시아군에 의한 대량 학살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독일은 즉각적인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금수 조치를 배제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우크라이나에 100기의 장갑차를 보내겠다는 계획도 "독일이 먼저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질질 끄는 모양새다.

이에 독일 정부가 내놓은 계획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나고 있다.

[우크라 침공] "우크라 돕는 것 맞아?" 미적대는 독일에 의구심
차기 폴란드 주재 독일 외교관인 토마스 바거는 "역사적 대전환은 진짜이지만, 그 나라는 똑같다"며 "모든 사람이 그것을 다 반기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독일이 미적거리는 이유로 우선 2차 대전 이후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 평화로운 수출국이었고, 이를 쉽게 바꾸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 독일은 이를 통해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라는 오명 속에서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대국이 됐다는 것이다.

안나레아 베르복 독일 외무장관은 '역사적 대전환'은 근본적이라기보다 일시적일 것이라며 "일치된 의견은 깨지기 쉽고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를 선호하는 독일인은 조용하면서도 견해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숄츠 총리가 '역사적 대전환'을 발표 후 독일에서는 파열음도 나온다.

독일 유명인사 4만5천명이 반대 청원에 서명하는가 하면, 의회에서는 기후 변화 등 다른 사용처를 들어 1천억 유로 중 일부 사용만을 주장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기업체는 러시아산 가스 유입 중단시 경제에 미칠 피해를 우려한다.

독일 화학회사 BASF 최고경영자(CEO) 미카엘 하인즈는 "값싼 러시아 에너지는 우리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길고 복잡한 역사적 관계도 이유 중 하나다.

2차 대전 당시 수백만명의 러시아인들이 나치에 의해 죽임을 당한 터라 독일이 이에 대한 죄의식을 포함하는 복잡한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의 안보 구조는 러시아를 포함해야 하고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믿음을 강화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존 코르블룸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독일의 평화주의는 매우 깊이 움직인다"며 "독일인의 환상은 깨졌을 수 있지만, 러시아와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우크라 침공] "우크라 돕는 것 맞아?" 미적대는 독일에 의구심
이런 가운데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연방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12일 다른 유럽 정치인들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거절을 당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가까운 독일 대통령의 이력을 문제 삼았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집권 당시 외무장관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집권 당시에는 총리실에서 거의 15년간 독일 대러 정책을 책임지며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천연가스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을 지지해왔고, 특히 2016년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해결을 위해 이른바 '슈타인마이어 공식'을 제안했다.

민스크 협정의 간략 버전인 이 공식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독하에서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영토에서 선거를 치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사문화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