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문건 공개 법적근거 마련…1971년 최초 회담부터 10년치 문서 심사대상
'이후락-김일성 대화 공개되나'…정부, 남북사료 공개 심사착수
통일부가 외교문서처럼 남북회담사료도 사건 발생 30년이 지난 시점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내부적으로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971년 남북 간 최초 적십자 회담부터 이듬해 평양에서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김일성 주석 간 대화까지 50년 넘게 공개되지 않던 사료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통일부는 남북회담사료의 공개 기준과 대상을 선정하는 심사 절차 등을 규정한 '남북회담문서 공개에 관한 규정'을 연초 제정했다.

현재 외교부가 외교문서를 공개할 때 적용하는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을 상당 부분 참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부 해당 규정은 남북이 주고받은 문서나 합의서를 비롯해 남북회담 과정에서 생산되거나 접수된 문서 중 30년이 지난 것들에 대해 예비심사와 '남북회담문서 공개심의회'(심의회)의 심의, 유관 부처 협의 등을 거쳐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심의회는 총 10명으로 구성된다.

통일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기획조정실장·통일정책실장·교류협력실장·남북회담본부장·남북공동연락사무소사무처장·인도협력국장·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이 당연직 위원이 되며 나머지 2명은 외부 전문가다.

올해 심사대상은 최초의 남북대화인 1971년 8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접촉부터 1981년까지 10년 치 회담 문서들이다.

여기엔 1972년 5월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과 만나 분단 역사상 남북 당국 간 첫 번째 합의인 7·4 남북공동성명을 끌어내고, 이후 공동성명 이행을 협의하기 위해 열린 남북조절위원회 회담 관련 자료도 포함된다.

'30년' 기준을 적용하면 올해 심사 대상은 1971∼1991년까지의 문서들이지만 범위가 너무 넓은 점을 고려해 첫해인 올해는 초반 10년 치부터 심사하기로 했다.

현재 통일부는 내부적으로 예비심사까지 마치고 심의회 개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남북회담사료는 국민의 알권리나 연구 가치 측면에서 공개돼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으나 외교문서와 달리 별도의 관련 규정이 전무했다.

재작년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재임 때부터 관련 사업이 본격 추진돼왔다.

다만 일각에선 외교사료와 달리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고 과거 북측 협상 관계자 중 지금까지 현역인 경우도 있어 공개되더라도 그 범위는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